HOME 사회
[현장 속으로] 누구를 위하여 그들은 불철주야 뛰는가한밤중 신촌 지구대 천태만상
  • 민경남 기자
  • 승인 2005.07.25 00:00
  • 호수 1521
  • 댓글 0

전국에서 가장 북적거리는 10대 번화가 중 하나인 신촌. 밤낮을 가리지 않고 거리에는 사람들로 넘쳐나며 길가에는 수많은 상점들과 음식점, 유흥업소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한 신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천하무적 후레시맨처럼 해결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신촌지구대(아래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들이다. 지난 19일 지구대 안에서 밤을 새면서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체험해보기로 했다.

행여나 범죄자로 오인받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문을 연 지구대 안에는 서로 시비가 붙은 남자 둘과 전화를 받고 있는 경찰들이 보였다. 신촌기차역 옆, 우리대학교와 이화여대의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바로 이 곳 지구대는 서대문경찰서에 속한 4개의 지구대 중 하나다. 상주 인구는 다른 지역보다 약 4배 이상 적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유동 인구로 인해 신촌의 지구대는 다른 지구대에 비해 더 많은 사건들이 일어난다.

▲ 어두운 골목 구석구석을 순찰하고, 꼼꼼하게 일지를 기록하는 지구대원
/위정호 기자 maksannom@yonsei.ac.kr
밤 11시쯤 되자, 취객들이 길을 걷다가 부딪쳐 서로 욕설을 주고받은 끝에 지구대로 들어온다. 경찰들은 목청껏 자기 주장을 하는 이들을 말리고, 신분과 사건상황과 관련된 질문을 하며 조사를 한다. 한편 옆에서는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린 사람을 둘러싸고 몇 명의 주민들이 경찰들에게 거칠게 항의하고 있고, 구석의 소파에 쓰러진 취객은 일어날 줄을 모른다. 최광호 경관은 이러한 일들이 평일에도 하루에 스무번 꼴로 일어나며 대부분 새벽 0시~2시 정도에 집중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이 지구대 내의 업무는 주로 폭행이나 교통사고, 취객보호와 같은 일들이 대부분이다. 천팔용 경사는 “밤에 취객들이 경찰들에게 달려들고 멱살을 잡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업무사항이 24시간 CCTV로 녹화되기 때문에 고된 상황에서도 감정적으로 행동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새벽 0시, 무전기로 사건제보가 들어왔다. 일반 승용차만한 크기의 순찰차에 경찰들과 동승한 기자가 현장인 ㅅ 룸살롱에 도착하자, 술값을 낼 돈이 없다는 손님 김아무개씨와 이를 믿지 못하겠다는 주인이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출동한 경찰들은 이들을 신촌치안센터로 이송해 조사를 시작했다. 30분쯤 지나자 김씨의 직장동료가 오고, 서로가 합의를 본 후 일행은 썰물처럼 경찰서를 빠져나갔다. 오기룡 경장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112로 신고를 하면 112센터라는 곳에서 사건에 해당하는 각 지부로 연락을 준다”며 “무전기로 실시간 제보가 오기 때문에 약 3분이면 사건현장에 신속하게 도착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과 유흥업소들이 존재하는 만큼 지구대의 근무생활은 매우 고달프다. 홍순열 경사는 “하루에도 몇번씩 일어나는 저런 사소한 사건들을 처리하느라 위급한 상황이 발생해도 바로 달려가기가 힘들다”고 인력낭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편 옆에 있던 오경장은 “인력이 너무 부족해서 밥을 먹다가도 신고가 들어오면 바로 출동해야 한다”며 “한국에 비해 경찰 1인당 담당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미국이나 영국같은 나라에서는 꿈도 못 꿀 일이다”고 말해 지구대의 열악한 인력 상황을 알 수 있게 해줬다. 실제 2003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경찰 1인당 담당 인구는 한국이 5백23명으로 3백19명인 미국이나 4백68명인 영국에 비해 높은 수치를 보였다. 또한 현재 신촌 지구대의 근무시스템은 1팀당 18명씩 3교대로 구성돼 있으며, 하루 12시간씩 주간 3일, 야간 6일로 근무가 이뤄진다.

신촌 지구대의 경찰관들은 오늘도, 지금 이 순간에도 신촌 어디에선가 벌어지고 있을 사건들을 처리하기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출동하는 철인같은 그들의 노력이 있기에 신촌의 불빛은 오늘도 반짝이는 것이 아닐까.

/민경남, 이민성 기자 wait4you@yonsei.ac.kr

민경남 기자  cynical@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민경남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