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반성이 없는 타인에 대한 비판은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 ‘북한에서는 15만~20만의 사람들이 정치범 수용소에서 고문과 기아, 질병 등으로 죽어가고 있다’, ‘한국 정부는 대체적으로 국민 인권을 존중하지만 국가보안법 등 일부 문제점이 남아있다’,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체포 남발과 사법부의 독립성 결여, 인권탄압 등 중국의 인권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지난 2월 28일 미 국무부는 연례 ‘각국 인권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인권 탄압이 심한 나라 중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으며, 중국, 러시아, 미얀마 등다수 나라들의 인권상황을 비관적으로 평가했다.
▲ 얼마 전 이 뉴스를 접하고 매우 불쾌한 느낌을 받았던 나는, 중국이 발표한 ‘미국 인권 기록’을 보고 오랜만에 그야말로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시원함을 설명하자면, 어릴 적 친구들을 괴롭히던 못된 아이가 그의 만행을 참다못한 한 친구의 탄원으로 마침내 그에 응당한 처벌을 받았을 때 느꼈던 통쾌함과도 같은 것이었다고 할까.
▲ 중국이 발표한 ‘미국 인권 기록’에서는 미국 국민 역시 범죄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인종문제와 관련해서 ‘미국 교도소 내 수감인원 중 70% 이상이 유색인종’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칸 전쟁포로에 대한 가혹행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중국에도 이런 속담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하고 싶었던 말은 한마디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이 아니었을까. 미국 속담 중에도 이런 말이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The pot calling the kettle black’이라고...
▲ 스스로를 정직하게 평가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것을 보는 눈 역시 올바를 수 없는 법이다. 그런데 미국의 인권 보고서는 바로 이런 오류를 범하고 있다. 자기 자신을 스스로 ‘선(善)’ 또는 ‘정의’로 기준하고, 그에 기준해 ‘악(惡)’과 ‘불의’를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선이며 진리라는 시각은 지극히 자기중심적이며 위험한 발상으로 보인다. 비록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 보복성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 그리고 보면 치열한 세상 속에서 우리는 참 타인에 대한 평가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 비판이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생존방법이 돼 버린지 이미 오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철저한 자각 없이 섣불리 남을 평가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부동산 투기의혹 사건만 보더라도 그렇다. 타인에 대한 평가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지만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너무나 관대한 모습이다.
▲ 이처럼 우리는 살면서 자기 자신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남을 평가하는 오류를 쉽게 범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평가하는 일은 좀 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자기반성이 없는 타인에 대한 비판은 결국 비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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