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우리 마음 속의 양심지수를 올리는 한해가 되자"

▲올 겨울은 예년에 비해 따뜻할 것이라고 하지만 역시 겨울은 겨울인가 보다. 무섭게 떨어지는 체감 온도만큼 국민 생활을 보여주는 온갖 지수들도 그 끝을 모른 채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유난히 사건사고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되는 지난 2004년을 돌이켜 보면서 만약 ‘2004년 국민 양심지수’를 측정할 수 있다면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2004년 6월에는 불량 재료를 사용해 만두를 만들어 온 제조업체들이 적발돼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불량양심’을 가진 사람들이 만든 불량만두 파동은 우리사회의 전반에 불안감과 불신감을 가져왔다. 이후 9월에는 영화 『살인의 추억』이 재현된 듯한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나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다. 그러나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은 검거된 이후에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태도로 일관해 결국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구형됐다.

▲2004년 후반기에는 연예인, 운동선수의 병역비리 사건도 있었다. 이 일로 인해 유명 연예인과 운동선수 일부가 실형을 선고 받거나 뒤늦게 군에 입대했다. 공인의 신분을 가진 이들의 행동은 개인의 욕심과 비양심이 가져온 불행이었다. 지난 11월에 일어난 수능시험부정 사건에는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전문 브로커들의 비양심까지 가담해 있었다.

▲2004년 우리 사회의 모습은 이러했다. 유난히도 지난해 큰 사건사고들은 비양심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았다. 그렇다면 과연 연세사회는 어떠했을까? 연세사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1월 불거진 독문과 교수의 연구비유용 사건과 의료원노조의 식당부실운영 문제 역시 양심의 빈곤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빈번하게 발생하는 중도 분실사고와 일부 연세인들 사이에서 양심의 가책 없이 만행되고 있는 리포트 표절 문제, 시험 중 부정행위 등 일상적인 곳에 있지 않을까.

▲양심은 인간의 본성으로, 행위의 정당성을 가하려는 의지다. 하지만 이제까지 본 것처럼 우리사회에는 이미 인간의 본성인 양심의 의지를 저버린 일들이 수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사건을 접하고 혀를 끌끌 차는 당신은 정작 작은 것에서 양심을 버리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저지른 작은 일이  ‘양심지수’를 떨어뜨리는 데 한 몫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05년 새로운 한해가 밝았다. 한 해의 시작과 함께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온도계의 수치가 점점 올라가는 곳이 있다는 따뜻한 소식이 있다. 서울시청 광장 앞에 세워진 ‘사랑의 체감 온도계’가 28일 현재 80도를 육박했다는 소식은 요즘과 같은 불황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이웃돕기 캠페인의 진행상황을 나타내 주는 이 온도계는 목표액 981억원 중 이미 801억원 가량을 모금 받아 목표치를 향해 급상승 중이다. 극심한 경기 불황 속에서도 훈훈한 이웃 사랑의 온도는 계속 오름세다. 2005년은 이 온도계처럼 우리 마음속의 양심 지수도 쭉쭉 올라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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