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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패스트푸드, 그 '수퍼사이즈'한 발걸음안티패스트푸드 운동이 보여주고 있는 가능성을 보다
  • 장수진 기자
  • 승인 2004.11.22 00:00
  • 호수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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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는 맥도널드 소리가 들리고 맥도널드 광란이 느껴지며, 나는 맥도널드 위통에 걸렸다.” 영화 '수퍼사이즈 미'의 모건스펠록 감독처럼 매일 전세계 4천6백만명 이상의 사람들은 자신의 몸에 축적되는 패스트푸드를 느끼며 살아간다. 사람들은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패스트푸드의 동의어가 ‘정크푸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얼마전 ‘쓰레기 만두’ 보도는 관련업계의 연이은 부도를 야기했지만, 익히 ‘쓰레기 음식’으로 알고 있는 패스트푸드는 여전히 건재하다.

패스트푸드, 심상찮은 안티의 움직임.

안티패스트푸드 운동은 이처럼 패스트푸드에 중독돼 있는 현실에 제동을 걸고 건강한 먹거리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그 목표다. 패스트푸드의 위해성을 알리고 원산지 및 성분공개를 촉구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는 이 운동은, 지난 1985년 10월 16일 ‘안티 맥도널드 데이’가 선포되면서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02년 미국에서는 8명의 비만 청소년들이 ‘비만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패스트푸드 업체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고, 뉴질랜드의 그린피스는 패스푸드 업체에 ‘유전자 변형 원료를 사용하지 말라’는 지속적인 요구를 가해 원하던 확답을 얻어 냈다.

이에 발맞춰 우리나라에서도 ‘다음을지키는사람들’(아래 다지사)의 주도로 다양한 운동들이 시작되고 있다. 다지사는 ‘패스트푸드 원료 공개’를 중점 목표로 삼고 지난 5월 31일 맥도널드, 롯데리아, KFC, 버거킹, 파파이스에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공개질의서에는 빵, 패티, 감자튀김 등에 사용되는 원료의 성분과 원산지, 처리 방식 등에 대한 질문이 담겨 있다. 이에 각 업체는 답변서를 보내왔지만, 답변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빠진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다지사의 김지연 분과장은 “각각의 원료를 표시하지 않고 씨즈닝이라고 해서 복합적으로 얼버무리고, 유전자 조작 식품을 쓰지 않는다면서 그 근거를 대지 못한다”며 부족한 답변에 이의를 제기했다.

다지사는 또한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패스트푸드 광고 패러디 작품’을 공모하기도 했다. 공모전에 당선된 박영준씨(25)는 맥도널드 로고를 보고 내려올 때마다 살이 점점 불어나고, 피부병이 생기며 패스트푸드에 중독되는 아기를 플래쉬로 제작했다. 박씨는 이같은 활동의 목적이 “패스트푸드에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게 아니라, 식품 정보를 모두 공개하고 정보에 따라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안티패스트푸드 운동 진영은 어린이 시청 시간대 텔레비전 광고 금지, 패스트푸드 유해성 관련 서적 출간 등 다양한 활동을 계획중이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작은 힘

이처럼 패스트푸드를 거세게 몰아부치는 안티 운동에도 안티는 있다. 특정 식품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며, 실제로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화학첨가물’을 내세워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영화 '수퍼사이즈 미'와 ‘환경정의’ 윤광용 간사의 ‘한달 동안 패스트푸드만 먹고 버티기’ 실험에 문제를 제기한다. 한가지 음식을 과다하게 먹으면 신체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어느 음식이나 마찬가지인데, 건강악화의 원인이 마치 ‘패스트푸드’의 책임인 것처럼 왜곡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실험에서 한가지 음식을 먹음으로써 발생하는 신경장애와 건강악화는 초국적 기업을 통해 대량 생산되는 패스트푸드가 만드는 ‘획일화’의 문제점을 상징한다. 즉, 속도 제일주의에 의해 ‘찍어낸’ 한가지 음식이 전세계 사람들에게 미치는 병리적 현상을 신경장애와 건강악화로 표현한 것이다.

이 운동의 또하나의 가능성은 거대 기업을 상대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미시권력의 ‘힘’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제품의 질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을 때마다 패스트푸드 업체의 태도는 느긋하기만 했다. 이번 안티패스트푸드 운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맥도널드 관계자는 “왜 정크푸드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사실 모든 제품의 질이 정부와 세계보건기구의 규정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국가와 국제단체가 제시하는 ‘기준’은 거대 기업의 상술과 전략을 제어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각국의 시민단체는 끊임없는 문제제기를 이어가고 있다. 한 개인의 실험이나 소비자 주권을 찾는 작은 움직임들이 변화를 이끄는 주체가 되고 있다.

최근 불어닥친 웰빙 열풍으로 타격을 입은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각기 ‘웰빙메뉴’ 개발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단순히 웰빙 소비심리에 호소하는 눈가림이 될지, 아니면 변화의 시작이 될지는 두고볼 일이다. 정확한 정보에 근거한 개인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사회 전체의 건강한 먹거리 문화를 만드는 안티패스트푸드 운동. 이들의 작은 발걸음은 사회를 장악한 거대 세력을 변화시키는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장수진 기자  heresj@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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