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연(정외·21)
문지연(정외·21)

 

‘총선’ 두 글자에 가슴이 뛰었다. 그저 유권자일 뿐인데. ‘정치외교학도’라는 정체성 때문일까? 이번 총선은 그저 그렇게 흘려보내고 싶지가 않았다. 대학생활 동안 단 한 번 있을 총선을 제대로 즐겨보고 싶었다. 그렇게 정치뉴스레터 『이대로』가 시작됐다. 여섯 명의 정치외교학과 학부생들이 모여 총선의 D-100을 카운트다운 하기 시작했다.

『이대로』에는 ‘이십대만의 시선으로’라는 뜻을 담았다. 20대에게 사회는 낯설다. 첫 타지 생활, 첫 자취, 첫 경제 활동 등 ‘처음’이 붙는 일들은 넘치는데 친절하게 하나하나 알려주는 곳은 없다. 무작정 인터넷을 열어 검색을 해보지만 무수히 많은 정보 속에서 내가 원하는 내용만 골라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매일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꼭 알아야 할 뉴스가 무엇인지, 객관적인 사실은 무엇인지 가려내는 과정이 쉽지 않다. 집중해서 봐볼까 결심해도 ‘검수완박’이니 ‘종부세’니 하는 어려운 단어들이 진입장벽을 높인다. 대부분 정치에 대한 정체성이나 주관이 없는 사회 초년생들은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와 편향된 입장에 쉽게 현혹되기도 한다.

『이대로』는 이러한 정치 초보들, 정치가 처음인 20대를 위해 만들어졌다. 쉽고, 짧게, 집중해서 딱 하루만! 일주일에 한 번으로 정치를 쉽게! 그게 ‘이대로’다. 
『이대로』를 시작한 지 한달 쯤 되었을 때, 우연한 기회로 국회 의원실에서 인턴 비서 일도 시작하게 됐다. 언론 단체를 운영하면서 동시에 정치 집단에서 일하는 것은 꽤나 오묘한 경험이다. 총선 D-100을 세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80여 일 동안, 이 오묘한 경험 속에서 얻은 생각 중 세 가지를 공유해보려 한다.

첫 번째는 ‘모르는 사람들이 떠들수록 정치는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정치의 영역은 넓다. 나의 삶 속에서 내가 관심 있는 혹은 관계있는 주제가 있다면 혼자서만 생각하지 말고 친구들에게 얘기를 꺼내 보자. 정치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은 오히려 장점이다. 잘 모르기에 다른 사람의 생각도 들어볼 여지가 생긴다. 대부분 확신을 가진 것에 대해선 생각을 잘 바꾸지 않는다.

두 번째는 ‘청년 정치 그 자체를 조명하는 언론이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인은 세일즈맨이다. 물건이 아니라 자신을 판다는 것이 특이점이지만. 당선이 급선무이기에 모든 행보에 표심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청년 이슈에 별 관심이 없다. 그래서 “청년을 대변하겠습니다”라며 나타난 정치인들도 점차 청년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된다. 필요한 건 ‘청년 아젠다’를 끊임없이 조명할 언론과 여론이다.
마지막 한 가지는 ‘생존’이라는 청년 세대의 담론에 대한 것이다. 흔히들 청년 세대의 담론은 부재하다거나 청년은 ‘생존’을 시대정신으로 삼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스스로 ‘생존’을 우리 세대의 담론 또는 시대정신으로 정한 적이 있었던가? ‘생존’이라 일컬어지는 청년 세대의 현실은 지금의 정치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는 결과에 불과하다. 

‘청년 세대에게 중요한 것은 생존이다’, ‘청년 세대에게는 담론이 없다’고 치부하는 것은 청년 세대가 스스로 담론을 형성할 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과거 군사정권 시대에는 경제발전이 급했고, 독재가 끝난 후에는 민주화가 시급했다. 지금 이 시대에는 ‘혁신’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거대 양당은 표방하는 가치와 유권자층이 확고해, 정해진 경로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기존 양당에서 파생된 제3지대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정치권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청년 정치는 새롭다. 청년들은 저마다 추구하는 다양한 가치로, 국회 안팎에서 자유롭게 행동하고 있다. 가치도 방법도 다양하지만, 그렇다고 협치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단편적인 생각이다. 필자는 청년들이 이 다양함을 존중하며 ‘혁신’ 또는 ‘변화’에 대한 열망 아래 하나 되는 정치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길과 정해놓은 울타리가 있는 ‘선’ 같은 정치만이 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내 편이 아니면 함께할 수 없다’는 선 긋기식 정치가 될 뿐이다. ‘점’의 힘을 믿는다. 우리 사회에 청년 정치인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사회 곳곳에 혁신을 일으킬 지점도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점을 잇고 이으면 제법 큰 하나의 영역이 될 수 있다. 분명하지 않으나 포괄적인 영역이 만들어지고, 덩달아 포함되는 사람도 많고 다양해진다. 소외되지 않는 세상 역시 선이 아닌 점으로 만들어질 때 구현된다. 그렇기에 나 역시 기꺼이 수많은 점 중 하나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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