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 기업을 지원했던 ‘개성공업지구관리재단’(아래 개성공업재단)이 해산된다. 지난 2007년 설립돼 개성공단 사업의 남쪽 관리 주체로서 입주 기업들을 지원했으며, 공단 운영 중지 이후에는 입주 기업들의 경영 정상화를 지원해왔다. 지난 2023년 12월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라고 규정한 후, 통일부가 개성공업재단을 해산하겠다고 발표했다. 통일부는 ‘담대한 구상’을 표방했지만, 강경 대응을 고수해온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을 고려할 때 개성공업재단 해산은 예고된 일이었다.

지난 2004년 첫 생산을 시작한 후, 5만 명이 넘는 북측 노동자와 3천여 명의 남측 업체 관계자들이 한 공간에서 근무하던 개성공단은 한반도의 평화를 상징했다. 그러나 2016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4차 핵실험 직후 박근혜 정부가 전면적 가동 중단 조처를 내렸다. 2018년 남·북·미 간 화해 분위기에서도 개성공단의 가동은 재개되지 못했다. 다시 남북 관계가 경색되자 2020년 북한은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했다. 이번 개성공업재단 해산 결정으로 공단 운영 재개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도 사라지게 되었다. 

더구나 기구 축소나 구조조정이 아닌 해산 조처를 내리는 데 있어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피해 보는 기업들과 상의조차 없었다는 점에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2016년 개성공단기업협회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가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과 관련해 헌법 소원을 제기했으나 2022년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기업으로 구성된 청구인 측은 일부 법적 절차에 문제가 있는 전면 중단 조치로 큰 피해가 발생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개성공단 입주 기업 상당수는 휴업 또는 폐업했으며 협회 추산에 따르면 실질 피해액은 투자자산 약 5천900억 원, 유동자산 약 2천500억 원 등 1조 3천억 원에 달한다. 그간 정부의 지원액은 5천412억 원에 그치고 있다. 

개성공업재단 해산 이후, 최근 북한의 개성공단 내 일부 설비의 무단 사용 문제가 제기되자 통일부는 청산 법인이 채권 관리와 북한을 상대로 하는 법적 조치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의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이같은 조치가 실질적 기업 보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정부를 믿고 개성공단에 투자한 기업에 대해 정부가 책임지고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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