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출산율이 지난 2023년 4분기 0.6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2023년 연간 기준으로는 2022년(0.78명)보다 0.06명 줄어든 0.72명으로 떨어졌다. 이런 속도라면 2024년 합계출산율은 0.7명 밑인 0.68명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 침공으로 2년 넘게 전쟁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0.7명)보다 낮아지는 셈이다. 저출생 문제는 한두 해가 된 것이 아니다. 2000년 합계출산율이 초저출산 기준선인 1.3명 아래로 떨어진 이후 20년이 넘게 지속된 오래된 위기다. 1.1~1.3명 범위에서 오르락내리락하던 수치는 2015년 이후로 더 하락하기 시작해 급기야는 2018년 1.0 이하로 떨어졌고 하락세가 멈추기는커녕 오히려 가속화돼 0.7명이라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수준에까지 이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역대 정부들은 근본적 원인에 대한 진지한 연구와 논의 대신 대증적인 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저출산 대책으로 80조 원 이상을 퍼부었다는 이야기가 회자되지만, 대부분 돌봄과 복지 수요 증가를 가져온 사회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한 비용에 가깝다. 그동안 저출생 위기를 가져온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원인은 오히려 더 강화되었다. 정부와 정치권은 ‘오래된 위기’에 익숙해진 나머지 재정 투입으로 해결하겠다는 관습적인 대증요법만 다시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선거철 공약 속에서도 진지한 변화에 대한 의제와 비전은 찾아볼 수 없다.
저출생 대책에 대한 태도를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현재의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닌 실질적으로 변화를 만들기 위한 대담하면서 과학적이고 정교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단기적 재정 투입으로 출생률을 반등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리고, 사회 전반의 잘 조율된 꾸준한 제도적, 문화적 변화 노력이 동반되어야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장기적 과제라는 점을 이해하고 국민을 납득시켜야 한다. 그리고 변화를 위한 노력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하고 설득해야 한다. 이는 정치적 리더십의 영역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변화가 절실하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