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형 총무국장(국관·22)
이제형 총무국장(국관·22)

 

“1994년 가을, 당신은 누구였습니까? 그리고 오늘, 당신은 누구입니까!
긴 세월에도 포기하지 않고 간직해 온 가슴속 깊은 곳의 외침! 29년 만의 메아리!
2023년 통합우승 챔피언은 ‘LG 트윈스’입니다!”

- MBC 김나진 캐스터 한국시리즈 우승콜 中

 

지난 13일, 한국 프로야구 구단 LG 트윈스(아래 엘지)가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한국시리즈’에서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KT 위즈를 꺾으면서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엘지는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창단 세 번째 우승을 맞이했다.

그간 엘지는 ‘엘롯기*’라 불리며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무관 구단이었다. 2023년 우승을 차지한 미국 메이저리그의 텍사스 레인저스(아래 텍사스)와 일본 프로야구의 한신 타이거즈(아래 한신)도 마찬가지다. 2011년 이후 12년간 한 번도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한 텍사스는 올해 창단 62년 만에 우승을 맛봤다. 그리고 1985년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을 경험한 한신도 올해 38년 만에 일본시리즈 우승을 쟁취했다. 2023년은 한·미·일 프로야구 리그를 대표하면서, 동시에 오랜 기간 무관 구단이었던 팀들이 모두 우승을 차지한 한 해가 됐다.

▲엘지 ▲텍사스 ▲한신이 우승에 도전한 기간을 합하면 129년, 한 세기가 훌쩍 넘는다. 세 구단이 암흑기를 겪을 동안, 팬들도 하염없이 이들의 암흑기 탈출을 기다리며 응원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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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2012년까지 엘지의 KBO 리그 순위

 

지난 2002년 한국시리즈 진출을 끝으로 2012년까지 엘지는 KBO 리그 역사상 최악의 암흑기를 경험했다. 이 기간 엘지는 ‘DTD’의 상징이었다. DTD는 ‘Down Team is Down’, 즉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의 약자다. 엘지는 2011년 시즌 30승 선착에도 불구하고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9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실패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때부터 야구팬들 사이에서 엘지는 DTD의 상징이었다. 

암흑기를 거치던 엘지는 저조한 팀 성적으로 선수단 내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서로 탓하기 바빴으며, 코치진은 이를 방관했다. 2009년 투수 심수창과 포수 조인성이 경기 중 마운드에서 갈등을 빚은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랬던 엘지가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한 것은 지난 2013년이다. 팀 내 선수단과 코치진이 바뀌며 엘지는 새로운 팀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지난 2013년 6~7월에는 8연속 위닝시리즈를 가져오며 전반기를 2위로 마무리했고, 후반기 8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는 리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주장 이병규와 베테랑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이 꾸준히 활약했고 현재윤, 손주인 같은 이적생들도 놀라운 성적을 보였다. 그리고 신입이었던 오지환의 활약도 가세했다. 신구조화가 이뤄진 모습에 팬들은 1994년 우승 당시의 ‘신바람 야구’를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비록 2013년 엘지의 신바람 야구는 리그 2위에서 멈췄으나, 암흑기를 끊었다는 점과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2013년 이후 엘지는 완전히 달라졌다. 엘지는 지난 2019년부터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있는 강팀이 됐다. ▲큰 경기에 대한 부담감 ▲가을야구 경험 부족 등으로 매번 한국시리즈의 문턱에서 좌절하곤 했지만, 2023년 엘지는 달랐다. 이제는 베테랑이 된 주장 오지환을 중심으로, 베테랑 김현수, 박해민이 후배들을 이끌었고, 홍창기, 문보경, 문성주, 신민재와 같은 신입 선수들이 활약했다. 새로 팀에 합류한 오스틴은 엘지의 용병타자 잔혹사를 끊어냈고, FA(자유 계약)로 엘지에 이적한 박동원은 공수 양면에서 완벽한 성적을 보였다. 2013년 멈췄던 신바람 야구는 10년이 흘러 더욱 막강해졌고, 마침내 엘지는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

1년, 10년, 그 후에도 ‘LG 트윈스’가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강팀으로 남아 왕조를 누리길 바라면서 이 글을 남긴다.

 

 

* 엘롯기: LG 트윈스·롯데 자이언츠·기아 타이거즈를 한데 모아 부르는 말이다. 엘롯기는 KBO 리그 10개 구단 중에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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