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깊어가는 경기 침체 속에 기업들은 경영실적 악화를 이유로 인력감축을 위한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있다. 희망퇴직은 퇴직 노동자가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모양새를 갖추면서도, 상대적으로 많은 보상을 받는다는 점에서 자발적 퇴직 후의 삶을 보다 건설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제도다. 그러나 작금의 희망퇴직은 기업이 정리해고를 우회하는 대안으로 악용되고 있다. 근로기준법의 근로자 정리해고 요건 충족이 까다롭다고 판단하는 사용자 측은 희망퇴직 제도를 신속한 인력감축 방안으로 활용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희망퇴직 시행 과정에서 사측이 희망퇴직을 강요하고, 이를 거부한 노동자에게 보복성 조처를 하는 것이다. 인신공격, 차별, 따돌림, 폭언 등의 직접적인 괴롭힘과 과도한 업무지시, CCTV를 통한 감시 등이 대표적이며, 이는 명백한 노동권 침해다. 관련 피해자들은 정신적 고통과 이로 인한 건강 악화 등을 호소하고 있다. 

희망퇴직이 제공하는 금전적 보상에도 불구하고 퇴직자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희망퇴직이 사측의 구조조정 방편으로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기에 퇴직에 동의하지만, 사실상 비자발적 퇴직이다. 비자발적 퇴직의 경우 정신적 충격과 짧은 취업 준비기간으로 인해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실업급여 수급자의 재취업률은 30%에 밑도는 수준이다. 결국 상당수의 퇴직자가 자영업자로 내몰리게 되는데, 이미 포화한 자영업계에서 초보 자영업자가 생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지난 8월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활동 인구의 20.2%가 자영업자다. 이에 더해 고금리, 고물가의 구조적 요인은 자영업자의 생존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경영 부담을 감소시키고 인력 효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는 희망퇴직을 무조건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희망’ 퇴직인 만큼, 근로자의 퇴직 ‘의사’를 존중하고, 희망퇴직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괴롭혀서는 안 된다. 희망퇴직을 강요하거나 거부 시 보복 조치를 하는 사용자는 노동자의 ‘노동권’ 보호 차원에서 마땅히 처벌해야 한다. 또한 희망퇴직이 진행되는 경우, 희망퇴직자를 대상으로 한 창업 또는 이직, 전직 관련 교육이 제공돼야 한다. 우리 헌법상 노동권(근로권)의 규정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넘어 생존권적 기본권으로서의 근로권을 인정하고 있다. 동시에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원치 않는 희망퇴직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의 법적, 제도적, 행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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