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스포츠, 음악, 공연예술의 관람층이 두터워지고 있다. 이는 일터의 성과주의로부터 자기를 구제하려는 ‘워라밸’ 담론이 확산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공연이나 경기가 주최자, 선수, 공연자, 관객, 팬덤 등의 다층적 상호작용으로 이뤄지면서 사회 전반의 문화적 탄력성도 강화되는 추세다. 문제는 여기에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활용한 암표 시장이 개입해서 문화의 건강성을 해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경범죄 처벌법」 제3조 2항은 암표매매 처벌 대상을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그밖에 정해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거나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에 웃돈을 받고 입장권 승차권 또는 승선권을 다른 사람에게 되판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안으로 암표 판매를 규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예인 콘서트, 뮤지컬, KBO 포스트시즌 등 암표를 사고파는 행위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암표 문제는 매크로 프로그램 거래 문제로도 이어진다. 매크로는 여러 개의 명령을 하나로 묶어, 수천 번의 반복 작업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기술이다. 최근에는 암표만이 아니라 이러한 매크로 프로그램 자체를 거래하는 시장도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으로는 암표 거래가 적발되더라도 범칙금 16만 원 정도의 처벌 수위에 그치며, 암표 거래 장소를 오프라인으로 정해두고 있어 온라인상의 거래는 처벌할 수 없다. 공연법 역시 매크로를 이용한 티켓 구매를 불법으로 두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적발이 어렵다. 암표와 매크로 거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률을 조밀하게 수정하고 보완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와 더불어 관람자는 취미와 열정의 주체로서 좋아하는 가수나 연주자, 공연물, 스포츠 경기를 ‘직관’하기 위해 암표와 연관된 불법에 타협하지 않도록 자신을 단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법보다 빠른 것은 개인의 결단이며, 그 힘이 집결된 취향 주체들의 연대와 공감대다. 암표를 팔지 않을 결심을 누군가 하기를 기다리기에 앞서, ‘마침내’ 그걸 사지 않는 성찰적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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