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박준화 기자(인예철학/사회·18)
문화부 박준화 기자(인예철학/사회·18)

 

누군가를 미워하고 혐오하는 것은 쉽다. 오히려 감정적으로 비난하지 않고 참는 것이 어렵다. 그렇다면 이성적으로 누군가를 비판하는 것은 어떨까? 구성원들 사이에서 건설적 논의가 이뤄지는 것이 이상적인 공론장이겠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비판을 빙자해 실상 비난을 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더구나 정당한 비판을 비난으로 듣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결국 날카로운 말은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미움을 낳기 쉬운 까닭이다.

이성적 비판이라도 어떤 과업을 추진하는 것에 비하면 매우 간단하다. 과업의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고려 사항은 헤아리지 않은 채, 눈에 보이는 흠만 지적하는 간단한 비판은 말할 것도 없다. 원인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건설적 비판 역시 과업 추진과 비교한다면 쉬운 일이다. 그만큼 과업의 추진은 어려운 일이다.

강한 신념으로 자신을 통제하지 않고서야 미운 사람을 비난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혐오와 배척을 본능으로 타고난 이들만이 자연선택 끝에 살아남아 우리를 만들지 않았나. 인류는 이 우리의 확장을 통해 타자를 배척하는 울타리를 둘러쳐 왔다. 울타리 안에서도 우리와 섞이지 않는 이들을 거듭 솎아내며 생존을 도모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편 가르기와 따돌림, 진영 논리와 라인 문화는 인간 문명의 동물적 민낯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회의 리더로서 과업을 추진하는 것은 어렵다. 과업의 추진이란 곧 사회 구성원에게 강제력을 행사하기 마련이고, 이는 리더에 대한 미움을 초래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리더는 미움받을 용기를 갖고 그 자리에 버티고 서 있는 것만으로도 일정 부분 존중받을 만하다. 그러나 진정으로 존중받을 만한 리더는 미움받을 용기뿐만 아니라 타인을 미워하지 않을 용기’, 그리고 자신을 미워할 용기까지 겸비한 사람이다.

먼저 타인을 미워하지 않을 용기, 과업의 추진 과정에서 미움을 사고 비난과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상대를 미워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용서라는 고등한 정신적 사유야말로 본능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질적 타자에 대한 미움과 배척을 포기한다는 것은,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일정 부분 포기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자신을 미워할 용기, 자신이 받은 비난과 비판 가운데 타당한 지점을 적극적으로 찾고 부끄러워할 줄 아는 성찰적 노력을 뜻한다. 나아가 자신의 현재에 취하지 않고, 이를 통해 자신의 부족한 점을 찾고 성장점을 모색하는 것이다. 현재의 자신을 부인하는 성찰 역시 현재에 충실한 동물적 본능과는 거리가 먼 일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동물적 본능을 이성으로 거스르길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애초에 리더의 자리에 혐오의 본능에 충실한 이가 올랐을 때, 타인에 대한 비방의 병풍 뒤에 숨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윗사람이나 아랫사람이 못해서, 전임자가 망쳐 놔서 일을 그르쳤다면서. 이렇듯 상급자, 하급자, 자리에 없는 전임자 등 타인을 탓하는 사람은 흔하다. 참된 리더에 대해 논하는 나 역시 그런 인간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참된 리더라면, 그는 응당 야수가 아닌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그는 미움받기를 각오하면서도, 자신을 미워하는 구성원들을 용서할 줄 알며, 그들의 비난과 비판에 오히려 귀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자신의 무게중심을 잃지 않고, 비판을 감내하며, 마땅하고 옳은 과업을 추진해 내야 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옳기도 하면서 틀리기도 하다. 적격자가 자리에 오르기도 하지만, 부적격자가 자리를 탐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부적격자가 자리에 올라가서 그에 걸맞게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리더라면, 혹은 리더가 되고자 한다면, 그에 걸맞은 사람이 되도록 자신을 끊임없이 담금질하고 벼려내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과감히 그 욕심을 버릴 용기라도 있어야 한다. 마음 깊이 만용과 욕망으로 가득한 사람들, 그들이 지위를 갈구하는 사회인 탓에 우리는 이토록 지저분한 먼지에 파묻혀 현기증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우리 사회의 리더, 그리고 리더가 되고자 하는 여러분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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