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부 김준재 기자(건공·19)
보도부 김준재 기자(건공·19)

 

국민이 통제하지 않으면 어떤 정부도 계속 좋은 일을 할 수 없다

 

- 미국의 제3대 대통령 토머슨 제퍼슨(Thomas Jefferson)이 전임자 존 애덤스(John Adams)에게 보낸 편지에서

 

학생사회를 한 단어로 요약한다면 어떤 단어가 적절할까. 나는 무관심이라 생각한다. 지난 202112월부터 학생사회를 대표할 총학생회(아래 총학)는 빈자리로 남아있다. 게다가 2023학년도 1학기 중반엔 총학의 빈자리를 대신할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마저 구성되지 못했다.

총학의 부재가 마주하는 어려움 중 하나는 총학이 지니는 대표성이다. 총학은 우리대학교 학부생 27409명의 투표로 선출된다. 이는 직선제로 27409명의 의견을 직접 반영한다는 뜻을 지닌다. 그러나 비대위는 단과대 학생회장과 총동아리연합회장으로 구성된 비대위 설립위원회(아래 비설위) 18명의 위원에 의해 선출된다. 이는 간선제로 27409명의 의견이 선거인단 18명을 통해 간접적으로 반영됨을 의미한다.

지난 911일에 열린 ‘2023학년도 확대운영위원회(아래 확운위) 2차 정기회에서 비대위의 대표성이 지적됐다. 한 참관인은 비대위의 역할은 비상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라며 비대위의 사업 규모가 커지면 학생들은 총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비대위는 모든 학부생이 아니라 비설위원 18명에게 선출됐기에 이들이 총학의 역할을 온전히 대처하면 안 된다는 발언이었다.

학생사회를 향한 무관심은 일반 학생뿐 아니라, 학생 대표자에게도 공유됐다. 확운위장의 늘어나는 빈자리가 이를 증명한다. 2023학년도 확운위의 출석률은 32073.13%(재적 134명 중 98명 출석), 51567.16%(재적 134명 중 90명 출석), 91160.45%(재적 134명 중 81명 출석), 92552.99%(재적 134명 중 71명 출석)로 계속 줄고 있다.

이들의 빈자리는 정족수 부족으로 논의되지 못한 안건지가 대신했다. 총학생회칙45조에 따르면 확운위의 의사 정족수는 재적위원 2분의 1 이상이다. 그러나 애시당초 출석률이 낮은 탓에 소수의 학생 대표자가 자리를 떠나는 즉시 휴회나 폐회가 선언된다. 이에 학생사회의 수많은 안건은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쌓여오고 있다.

모래알 연세’, 오래전부터 우리대학교의 자유로운 학풍을 표현하기 위해 써온 말이다. 우리나라의 집단주의 문화 속, 소속 집단에 얽매이지 않고 개인의 자유를 표하는 모래알 연세는 세련되게 다가오기도 했다.

모래알이 모래성을 이루기 위해선 적절한 안식각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뿔뿔이 흩어지는 모래알 탓에 안식각은 점차 완만해져 모래성을 쌓기조차 힘들어진 현실이다. 모래알의 중심 역할을 해줄 모래성조차 없는 상황에서 모래알 연세를 표방하는 것은 마냥 긍정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 시대정신을 공유하며 뭉쳤던 과거를 기억한다. 백양로와 정문 앞 굴다리를 넘어, 종로를 향해 이어갔던 행렬을 기억한다. 자욱한 최루탄 연기로 뒤덮였던 등굣길을 기억한다. 그러나 무관심이 만연한 지금, 우리의 기억은 케케묵은 옛이야기처럼 전해질 뿐이다.

오늘날 학생사회에도 아카라카·연고전 암표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의대 정원 확대 등 여러 의제가 산재해 있다. 이러한 이야깃거리는 우리의 관심을 요구한다. 우리의 현재, 그리고 미래를 결정하는 논제이기 때문이다. 이제 곧 누군가는 이러한 논제를 외치며 스스로 구심점이 되고자 할 것이다. 우리는 이들의 의견을 판단하고, 의사를 표해야 한다.

 

모래알 연세란 말은 모래의 흩어지는 성질만을 표하지 않는다. 모래알이 자유로이 흩어진 와중에도, 언제든지 뭉쳐 모래성을 쌓을 가능성 또한 함유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래성을 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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