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선 사진영상부장(국관·22)
이지선 사진영상부장(국관·22)

 

K-POP 시장은 빠른 시간 동안 성장했다. 한국 가수의 음원이 빌보드 차트에 올라가는 것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K-POP의 주축이 되는 팬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무조건적인 극성팬을 의미하는 ‘빠순이’ 그 이상이 아니다. 

“나 공연장에서 쫓겨났어.” 지난 10월 15일 K-POP 공연을 보러 파리에 방문한 지인의 연락을 받았다. 느닷없는 이야기에 당황하기도 잠시, 각종 SNS에 파리에서 진행된 M사의 한 음악 방송에서 팬들이 쫓겨났다는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공연장 내부에서 카메라 촬영에 대한 단속이 과도하게 이뤄졌으며, 특히 문제가 된 점은 주요 단속 대상이 동양인이었다는 것이다. 공연장 입장 당시, 카메라 소지 및 촬영에 대한 어떤 공지도 없었기에 공연 주최 측에 대한 팬들의 불만은 점차 커져만 갔다.

공연 이후, SNS를 통해 카메라를 소지하고 있는 동양인 관객을 강압적으로 제지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유포되면서 뉴스 보도까지 이르렀다. 그럼에도 여전히 공연 주최 측인 M사에서는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는 이야기만 하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팬이라는 이유로 홀대받는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팬이 아티스트와 가장 가까이 소통할 수 있는 대면 팬사인회에서 부적절한 사인회 공간 대관, 무통보 지연 등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한 K-POP 아티스트 그룹의 팬사인회에서는 ‘속옷검사’를 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각 소속사는 팬사인회 대화 녹음 및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전자기기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전자기기 반입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바디체크’를 진행했고, 이 과정이 적절하지 못한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것이 팬들의 의견이다. 이에 해당 소속사는 “여성 보안요원이 바디체크를 진행했지만, 불쾌감을 느끼게 해 죄송하다”며 “앞으로는 금속탐지기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팬들에 대한 처우 문제는 대면 팬사인회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비대면 영상통화로 진행하는 팬사인회가 생겨났고 지금까지 상당수의 팬사인회가 비대면 팬사인회로 진행된다. 하지만 시작 20분 전에 영상통화 연결 시간을 앞당기거나, 팬사인회 일정을 처음 공지된 바와는 다르게 갑자기 바꾸는 경우도 빈번하다. 팬사인회에 당첨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앨범을 구매해야 한다. 최근 모든 K-POP 아티스트 앨범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팬은 5분가량의 아티스트와의 대화를 위해 적게는 수십 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공지 변경 등으로 인해 팬들은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국’ 팬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은 K-POP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는 불평이 나오기도 한다. 언제부터인가 K-POP을 좋아하는 팬이지만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보기 위해서는 해외로 나가야 하는 일이 많아졌다. 오는 2024년에 진행될 ‘제33회 서울가요대상’은 사상 처음으로 서울이 아닌 태국 방콕의 라차망칼라 국립 경기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연말 행사가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개최된다. K-POP을 즐기기 위해서 해외 각국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팬들이 K-POP을 즐기기 위해 해외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한류가 위대하다고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는 단기간에 우리나라의 해외 방문객 수를 늘려 문화산업 활성화에 이바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K-POP은 그 뿌리를 잊은 듯 먼 타국으로만 나아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K-POP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계로 뻗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한국 팬들의 소비가 필수적이다. 지금까지의 K-POP 아티스트 해외 진출은 한국에서 데뷔해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쌓은 이후에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 엔터계는 ‘한국보다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라는 명목하에 한국 팬보다는 외국 팬에게만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도 K-POP은 많은 관심을 받으며 성장할 것이다. 하지만 팬들을 고려하지 않는 태도가 반복된다면 K-POP을 응원하는 이들이 점차 줄어들 것이고, K-POP이 가지는 힘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소속사 및 방송국은 ‘빠순이들은 K-POP 아티스트를 향해 무조건적인 애정을 쏟는 팬이기에 괜찮다’는 안일한 생각보다는 음악과 상품, 그리고 무대를 소비하는 소중한 ‘소비자’로서 팬덤을 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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