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1일 대통령은 국회에서 2024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2024년 예산 총액은 2023년 대비 2.8%가 증가한 656.9조 원으로 예산 증가율은 2005년 아래 가장 낮고 국가채무 증가 폭 역시 61.8조 원으로 2019년 이래 가장 심화한 긴축재정이다. 경기침체가 극심한 이 시점에 국가가 긴축재정을 편성한 이유는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재정건전성이란 무엇인가? 재정이란 정부가 맡은 역할과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 예산을 얼마나 어디에 쓸 것인지, 그리고 필요한 예산은 어디에서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집행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따라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논의는 정부가 수행해야 하는 책무가 무엇인가라는 기본 질문부터 출발해야 한다. 정부의 재정이 필요한 이유는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 부문에 맡기면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일들을 정부가 공익적인 관점에서 전담하거나 보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면 안보, 사회 및 경제 질서 유지, 교육과 R&D와 같은 미래에 대한 투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돌봄, 각종 국가적 위기에 대한 대응, 끊임없이 부침하는 거시경제의 안정화 등, 정부가 공익적 관점에서 정책적 과제로 수행해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일들이다. 

재정건전성 도달을 위한 예산 정책 수립은 세입과 세출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한 과정이다. 또한 국회와 행정부가 국민의 경제 여건과 국가의 미래 설계를 반영한 정책 조율을 심도 있게 진행해야 하는 과정이다. 돈을 덜 쓰고, 쓸 돈을 그때그때 세금을 거둬 충당해서 빚을 지지 않으면 재정이 건전해진다는 주장은 단순한 생각일 뿐이다.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형성된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해서도 안 되지만, 정부가 써야 할 때 쓰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국가가 재정을 통해 공익적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재정건전성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가 재정을 통해 달성해야 할 국민에 대한 의무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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