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 의료공공성 강화와 인력 확충을 요구하며 오는 11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의료공공성은 모든 국민이 필요할 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의료체계는 수익 중심의 경향이 강화되면서 공공성이 급속히 약화하고 있다. 

첫째, 지역별 의료자원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도심 지역에만 의료기관이 집중돼 있어 지방과 외곽 지역의 의료 접근성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 간 의료 격차가 심화되고, 일부 지역에서는 응급 상황에서 적절한 처치를 받기 힘들게 됐다. 

둘째, 비급여 항목의 확대와 높아지는 병원비 문제가 커지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진료와 치료가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되면서, 환자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저소득층은 필요한 진료나 치료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늘어나게 됐다.

셋째, 의료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 4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9월 1일 기준 공공의료기관 222곳 중 44곳이 의사를 확보하지 못해 67개 진료과가 휴진했다. 수익 위주의 의료 환경 속에서 지역별 거점 병원에서 필수의료를 공급해야 할 의료진은 턱없이 부족해졌다. 정부가 의료공공성 확보를 중심에 두고 정책을 펴기보다는 의료를 민간에 맡겨두고 방치해 온 결과다. 특히 응급의료와 전문의 분야는 의사 부족 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 3년여 동안 국립대병원은 계약직 의사가 급증했다. 의료진들이 상대적으로 업무 강도가 높고 연봉 수준이 낮은 국립대병원 교수직을 기피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의사 인력 확보가 어렵게 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간다. 특히 국립대병원은 대부분 권역별 필수의료를 책임지는 의료기관이기 때문에 안정적 의료진 확보가 필수적이다.

의료공공성 약화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의료자원의 균형 잡힌 분배와 공공의료 기관의 역할 강화, 그리고 의료 인력 양성 및 배치에 대한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20년 가까이 3천58명에 묶인 의대 정원, 비급여 진료 시장으로의 쏠림, 1~3차 병원이 무한경쟁을 하는 왜곡된 의료전달체계 등 고질적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비급여 항목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필요한 진료와 치료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확대해 모든 국민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의료진을 얼마나 양성하고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한 정부 정책을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