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영 문화부장(국관·21)
강하영 문화부장(국관·21)

“역사 속에서 잡지는 
시대 의식과 여론 형성을 
견인하고 
지식정보의 중요한 공급원 
역할을 한다. 
또한, 여전히 다양한 이슈와 
주제를 담아 역사와 문화가치를 
전달, 기록, 보존하는 잡지는 
지식 콘텐츠의 보고(報告)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립중앙도서관 ‘근현대잡지 특별전’에서 한 벽면에 적혀있던 문구다. 내가 매거진을 절실히 사랑하게 된 시작점이기도 하다. 지난 2022학년도 2학기, 반년 동안의 수습과정을 거친 나는 매거진부의 부기자가 됐다. 매거진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사랑’이었다. 국내 유수의 학보사 중 우리신문사만 유일하게 매거진을 발행한다는 점, 그런 매거진을 통해 현대 사회의 다양한 면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점은 나를 설레게 했다. 

그러나 매거진부의 구성원이 돼 바라본 『The Y』는 생각보다 위태로웠다. 견고한 콘크리트로 지어진 화려한 성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모래성에 더 가까웠다. 『The Y』를 발행하는 데 드는 비용에 비해 성과가 미흡하다는 점,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가장 주요한 원인이었다. 매거진은 매 학기 개편을 거듭했다. 이는 생존을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기도 했다. 

나 역시 부장이 돼 매거진의 개편을 두고 수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나 내 고민의 결론은 개편이 아닌 폐간이었다. 지난 2020학년도, 매거진부의 한 선배는 “『The Y』에 무모한 개편이 더 이상 없길 바란다”고 기록한 바 있다. 허물어져 가는 모래성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는 건 무모한 개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생명 연장을 위한 개편이 아닌 독자를 고려한, 신문사를 고려한 개편이 필요했다. 해답은 본지를 구성하는 새로운 부서를 꾸려 독자와 더 자주 소통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었다. 파도가 몰려와 남은 모래성을 쓸어가기 전에 나는 내 손으로 이를 무너뜨려야 했다. 터라도 잃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나는 2022학년도 2학기를 끝으로 매거진과 이별했다.

슬퍼할 시간은 없었다. 남겨진 터에 새로운 성을 지어야 했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쉽고 재밌게 우리신문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우리 삶 자체와 더욱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이야기들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문화부’를 신설했다. 다만 이번에는 모래가 아닌 콘크리트를 이용해 성을 짓기로 다짐했다. 다시는 모래성의 상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다. 매 학기 개편을 해야 했던 아픔을 뒤로하고 첫 기반을 공고히 다진 문화부는 당분간 안정적인 발행을 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콘크리트의 원재료가 모래이듯이 문화부의 기저에는 매거진이 있다. 매거진의 기존 코너인 ‘커버스토리’, ‘문화, 人’, ‘커버칼럼’, ‘에디터스리뷰’를 문화부의 스타일로 재탄생시켰다. 한편 ‘알쓸문잡’ 등의 코너를 신설해 매거진과의 차별점을 만들기도 했다. 해야 하는 이야기보다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이야기를 전하는 것, 그것이 문화부의 정체성이다. 매월 그달의 문화생활을 소개하는 코너 역시 그런 맥락에서 기획됐다. 

문화부는 코너별로 깊이감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도 애써야 한다. 예를 들어, 기사를 통해 깊이 있는 문제의식을 끌어냈다면, 다음 장에서는 칼럼을 통해 흥미를 돋울 수 있어야 한다. 코너의 자유로운 활용을 통한 독자와의 소통이 문화부의 특징이자 장점이 될 것이다.

지면 구성에서도 차별점을 둔다. 문화를 다루는 부서인 만큼, 지면의 디자인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문화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성격을 가지기에 지면에서도 그 흐름이 잘 나타나도록 구성해야 할 것이다. 2023년 하반기의 문화변동은 우리신문사의 문화면에 가장 잘 기록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제작에 임한다. 문화를 문화답게 기록함으로써, 우리신문사의 문화부가 또 하나의 문화로 작용할 수 있길 바라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문화부는 첫발을 내디뎠다. 우리신문사에서 나의 두 번째 사랑이 시작됐다. 사랑하기 때문에 이별해야 하는 일은 한 번으로 족하다. 매거진을 떠나보낸 지금도 나는 기록의 힘을, 더 나아가 보고의 힘을 믿는다. 문화부 역시 기록의 힘으로 성장해나갈 것이다. 아직은 미흡하지만, 다시는 사랑한다는 이유로 이별하지 않기 위해 이 기록을 남긴다. 이를 토대로 문화부는 정말 100회, 1000회, 더 나아가 영원을 바라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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