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부 육찬우 기자(글창융경제/데사·21)
보도부 육찬우 기자(글창융경제/데사·21)

 

우리대학교 미래캠 「총학생회칙」의 개선 방안에 관한 보도를 준비할 때다. 당시 학생사회에 오래 몸담았던 한 취재원은 “학생회칙은 기본적으로 성문법주의를 따르나, 모호한 조항의 해석에 있어서는 앞선 사례를 중시한다”고 회칙 해석의 방법을 설명했다. 학생사회 제도 전반에 있어 선례는 ‘판례’로서 작용한다는 것이다. 학생사회의 의결과 집행 하나하나가 전부 판례가 돼 후대에 남는 족적이 된다. 하지만 지난 1학기 우리대학교 학생사회는 후대에 떳떳한 족적을 남겼을지 의문이 든다.

지난 2022년 12월, 우리대학교 미래캠 학생사회는 횡령 및 배임으로 떠들썩했다. 2022학년도 총학생회 축제준비위원회의 임원들이 축제 예산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학생자치의 신뢰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당시 중앙운영위원회는 해당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였다. 그들은 회칙을 위반해 가면서까지 확대운영위원회 임시회의를 소집했고, ‘2022학년도 총학생회 축제준비위원회 특별감사’(아래 축준위 특감)를 의결했다. 학내 구성원들은 해당 특감을 통해 피감사자의 혐의에 대한 결백을 기대하며 잃어버린 학생대표자들에 대한 신뢰를 되찾을 수 있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지난 6월 개의된 2023학년도 1학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아래 1학기 전학대회)에서 확인한 축준위 특감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피감사자의 태도가 비협조적인 것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러한 태도 앞에 횡령 여부를 밝히겠다는 감사위원회(아래 감사위)가 택한 건 형사고발 혹은 관계자 조사가 아니라 비협조에 따른 감사 중단과 형식적인 징계였다. 축준위 특감은 1월 16일부터 1월 22일까지 설 연휴를 포함해 고작 7일밖에 진행되지 않았으며, 의혹에 대한 결론 또한 당연히 내리지 못했다.

감사위와 중운위가 제시한 징계안은 더욱 실망스러웠다. 감사위는 피감사자가 감사의 의지가 없다 판단해 감사를 중단했다. 그러나 감사 회피에 대한 대가는 고작 ‘게시 기간 6개월 정도의 사과문 한 장’일 뿐이었다.

총학의 재정 운용의 ‘물음표’를 지우기 위해 시행된 축준위 특감은 되려 감사위의 기능에 물음표만 더한 채 돌아왔다. ▲지나치게 짧은 감사 기간 ▲결과 없는 축준위 특감 보고서 ▲실효성이 의심되는 징계안은 감사위원장으로 하여금 긴 시간 동안 전학대회 대의원들로부터 감사위의 감사 의지와 역량에 관한 질의를 받도록 했다. 감사위는 1시간가량의 심의 내내 ‘진실은 뒷전’, ‘징계를 위한 감사’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피감사자는 자신의 결백에 대한 주장과 함께 ▲징계 조항의 오류 ▲절차의 오류를 근거로 징계안을 부정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피감사자가 「감사위원회 운영규정」 제14조*를 위반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적용 조항과 절차의 오류를 근거로 징계안을 부정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타당할지 몰라도 도의적으로는 정당화될 수 없다. 피감사자는 징계안이 의결된 지 3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징계안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학생사회의 의결 하나, 집행 하나는 모두 판례가 돼 후대에 남는 족적이 된다. 축준위 특감과 지난 1학기 전학대회로 학생사회는 후대에게 ‘감사 불응에 관한 사과문 하나면 감사를 피할 수 있다’, ‘피감사자가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해도 감사기구만 손해’라는 선례를 남긴 것일지도 모른다. 과연 누가 이런 학생대표자들을 신뢰할 것인가. 누가 이런 불명예스러운 자리를 이어받으려고 할 것인가. 

좋지 못한 선례가 쌓일수록 학생들의 마음 한편에는 학생자치를 향한 불신도 쌓여간다. 그리고 이 불신은 학생자치에 대한 무관심의 발판이 된다. 다행히, 새로 임명된 감사위원장은 축준위 특감 재시행과 함께 횡령 의혹에 대한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바로잡을 기회가 아직 남아 있어 보인다. 전학대회와 감사위는 오는 2학기 착실한 감사 진행과 명쾌한 의결을 통해 후배들에게 좋은 선례를 남기길 바란다.

 

 

* 「감사위원회 운영규정」 제14조: 【피감사기구의 협조 의무】 ① 피감사기구는 본 위원회가 요청하는 자료를 제출하여야 한다. ② 본 위원회의 요청을 받은 기구는 이에 응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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