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에서 숨진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지난 4일, 서울 국회 앞과 전국 시도교육청 인근에서는 ‘공교육 멈춤의 날’이라는 이름의 추모 행사와 교권 강화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교육부의 엄정 대응 예고에도 많은 교사가 연가와 병가를 내고 추모 대열에 합류했다. 주최 측 추산 13만여 명(경찰 추산 4만여 명)이 참여했다고 하니 전국 44만여 명의 초·중·고교 교사(2022년 기준) 중 무려 30% 이상이 동참한 셈이다.

교사들은 과도한 업무와 학부모 민원으로 정신적 압박과 우울증, 심지어는 자살로 고통받고 있다. 정부는 이를 지나친 학생 인권 존중에 따른 교권 추락이라고 규정한다. 또한, 현 상황에 대한 해결책으로 학생인권 조례 개정, 학생 생활기록부 기재 강화 등을 제시하며 사태를 교사와 학생-학부모 갈등으로 축소하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한편 교사들은 안전한 교육을 보장해 주기 위한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개혁을 정부에 요구하며 교사들이 이 개혁에 주체로 나설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사들의 요구를 교사들의 권리(權利)로서의 교권이 아니라 권위(權威)로서의 교권 문제로 보고 학생과 교사 간 관계라는 협소한 교육 문제로만 한정하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다. 교권 회복은 교사들이 안전한 노동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노동권 문제이며, 교육부·교육청·학교 등 교육 당국이 업무와 관련해 발생하는 책임을 회피하고 일선 교사들에게 떠넘겨 왔다는 국가 조직의 왜곡된 책임 분배 구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의 문제인 동시에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사들이 교육부의 대증적인 대책 마련에 만족하지 않고, 교권 회복을 위한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개혁을 촉구하는데 목소리를 집합적으로 내기 시작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교사들은 교권 회복이 학생 인권과 배치되지 않으며 오히려 성공적인 교육을 만들어 가는데 함께 지향되어야 할 가치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교육 개혁이자 사회 개혁으로서의 교권 회복은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한국의 복합적 사회 문제 해결의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교사들이 어렵게 마련한 공교육 회복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교권 회복에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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