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민정 보도부장(정경경제·20)
곽민정 보도부장(정경경제·20)

 

단과대 및 학부 개편,
무전공 자율융합계열 통합 모집,
소프트웨어·데이터사이언스·디지털헬스케어 학부 신설,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 선정,
...
“글로컬대학30 예비지정 15개 대학 선정”

 

믿기 힘들겠지만, 3년 남짓한 시간 동안 우리대학교 미래캠이 겪은 변화다. 우리대학교는 그야말로 격변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우리신문사 보도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학교의 발전 방향을 함께 고민해 왔다. 학생기자 활동을 지속할수록 우리대학교가 그리는 그림이 어떤 그림일지, 얼마나 큰 그림일지 궁금증이 커져만 갔다. 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비수도권 소재 지방대학의 위기가 날로 심화하는 시점에서, 우리대학교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학교에서 진행하는 갖은 사업들을 취재하면서, 처음에는 각각의 사업이 우리대학교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그저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후 우리대학교가 걸어온 일련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자료를 분석하다 보니, 각 사업이 미묘하게 중첩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각 사업의 공통 키워드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데이터’, ‘지역 사회’, ‘보건·의료’, ‘첨단 분야 연구’, ‘교육 특성화’. 그리고 최근에 깨달았다. 우리대학교가 걸어온 걸음 그 끝에는 ‘글로컬대학30’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글로컬대학30 사업(아래 글로컬 사업)은 정부가 지방대학 30곳을 뽑아, 학교마다 5년간 1천억 원을 지원해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시키는 지역사회·산업체·대학 연계 국책사업이다. 전국의 각 대학은 너 나 할 것 없이 글로컬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우리대학교가 글로컬 사업 신청을 위해 제출한 혁신기획서에는 앞선 사업의 공통 키워드인 ‘무전공 자율융합계열 90% 확대’, ‘데이터 중심 전환’, ‘지역과 대학의 동반 성장’, ‘의료-AI 융합 연구’ 등이 녹아있었다. 

우리대학교는 도시와 대학을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하는 디지털 생태계 특화 전략을 인정받아 예비지정 15개 대학에 이름을 올렸다. <관련기사 1915호 1면 ‘미래캠, 글로컬대학30 사업 예비지정 대학 선정’> 예비지정 대학에 선정되고 최종 지정을 앞둔 것, 당연히 좋은 일이다. 떨어지는 것보다는 붙는 것이 좋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부의 ‘지방대 줄 세우기 덫’에 걸려들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다. 

교육부는 정부의 ‘지역과 대학 간 협력 강화를 통한 지역 인재 양성’이라는 국정과제의 기조에 맞춰 지방대 육성책을 발표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글로컬 사업이다. 교육부는 글로컬 사업의 주요 과제로 ▲대학 간 통합 ▲대학과 지역의 동반 성장을 위한 생태계 조성 ▲변화하는 산업구조에의 대응을 제시했다. 우리는 이 과제에 주목해야 한다. 이 과제들이 대학에 긍정적인 변화와 동시에 엄청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이 ‘국고 지원 1천억 원’이라는 사탕발림에 가려지고 있다.

글로컬 사업 예비지정 결과를 살펴보면, 국공립대학 간의 통합 노력을 명확하게 제시한 대학이 선정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을 시작했다는 것을 함의한다. 정부는 글로컬 사업을 기점으로, 지방대학을 줄 세워 살아남는 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을 통폐합하려는 조짐을 내비치고 있다. 통합형이 아닌 경우에는 ‘특성화 전략’이 명확한 대학이나 ‘특정 산업과의 연관성’이 높은 사립 대학이 주로 선정됐다. 대학이 특정 산업과 연관된 분야를 특화하게 되면, 특화 분야를 중심으로 한 강도높은 학사제도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우리대학교는 지난 2021학년도에 이뤄진 학사제도 개편의 부작용도 해소하지 못한 채, 글로컬 사업을 위해 더욱 급진적인 학사제도와 교육체계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대학교의 글로컬 사업 최종 지정은 반갑겠지만, 이 사업이 가져올 부작용이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나는 우리대학교에 쥐어질 ‘글로컬대학30’이라는 빛나는 트로피 뒤로 ‘대학 죽이기’ 그림자가 함께 드리울까 두렵다. 

 

우리대학교가 지방대학의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는 그림은 어떤 그림인가. 한 가지 확실한 건, 대학을 ‘줄 세우기’ 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지성의 전당인 대학이 ‘직업전문학교’로 전락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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