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시간 노동자’의 노동권 현실을 짚어보다

초단시간 노동자는 일주일에 15시간 미만으로 근무하는 노동자를 의미한다. 많은 대학생이 아르바이트 형태의 초단시간 노동자로 근무하고 있다. 지난 2022년 통계청이 조사한 초단시간 노동자는 179만 6천 명이었다. 이는 2021년 집계된 153만 명보다 25만 명 넘게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이들의 노동권은 보장되지 않고 있다. 초단시간 노동자가 겪고 있는 어려움과 정책 개선 방향에 대해 다뤄봤다.

 

▶▶ 우리대학교 인근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고 있다. 많은 대학생들은 초단시간 노동자로 근무하며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 우리대학교 인근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고 있다. 많은 대학생들은 초단시간 노동자로 근무하며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알거나, 모르거나,
어쩔 수 없거나

 

주휴수당은 근로자가 유급휴일에 받는 급여로,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르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일주일에 1회 이상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초단시간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는 주휴수당을 받지 못한다. 「근로기준법」 제18조 3항에서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변지환(24)씨는 복학 후 학교 앞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는 일주일 중 이틀은 5시간, 하루는 4시간 근무해 총 14시간 일한다. 주 15시간 근무 시간에 1시간 못 미치는 것이다. 변씨는 “15시간 이상 근무해야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알지만, 15시간을 넘는 아르바이트를 찾기 어렵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알바연대’가 지난 2022년 10월 31일부터 11월 4일까지 알바 중개 플랫폼의 구인 공고를 전수조사한 결과, 초단시간 노동자 구인 비율은 전체의 61.3%를 차지했다. 변씨는 “용돈은 더 필요하고 시간은 남아서 단시간 아르바이트를 몇 개 더 병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대학교에 재학 중인 A씨는 올해 초부터 연세로 인근 치킨집에서 일주일에 12시간씩 근무한다. 동아리 선배에게 물려받은 자리라 사장님과 간단한 인사 후 바로 일하게 됐다. A씨는 “사장님이 워낙 친절하셔서 거리낌 없이 일하게 됐다”고 하면서도 “주휴수당에 대해 들어는 봤지만, 주 15시간 이상 일하면 받는지 몰랐다”고 털어놨다.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근무하는 신윤철(24)씨 역시 “주휴수당의 기준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고 했다.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홍단비 연구원은 ‘당사자’로서 초단시간 아르바이트를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홍 연구원은 “작업장에서 ‘협의’로 공고한 후 실제 면접을 봤을 때 14.5시간을 제안받았다”고 했다. 홍 연구원은 주휴수당을 안 주려는 작업장의 의도가 분명해 보였지만, 생계가 급급했기에 어쩔 수 없이 조건대로 근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초단시간 노동자는 사용자의 ‘쪼개기 알바’ 편법으로 늘어나고 있다. ‘쪼개기 알바’는 주 15시간 이상 노동이 필요한 직무에 여러 명을 나눠 고용하는 방식이다. 특히 ‘쪼개기 알바’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청년층 사이에서 급증하고 있다. 해당 현상은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 ▲청년층의 단시간 일자리 선호 추세가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연세로에서 삼겹살집을 15년째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코로나19 이후 상승한 인건비와 더불어 주휴수당까지 지급하기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청년유니온 나현우 사무처장은 “고용주에게 고정된 임대료나 가맹 수수료를 제외하고 줄일 수 있는 비용이 인건비밖에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20대의 경우 학업 병행을 이유로 개인이 단기간 알바를 선호하는 경향이 크기에 청년층에서 쪼개기 알바가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A씨 역시 “학교 수업을 병행하려니 아르바이트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 알바 중개 사이트의 구인 공고. 주휴수당을 아끼기 위해 주 14.5시간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고 있다.
▶▶ 알바 중개 사이트의 구인 공고. 주휴수당을 아끼기 위해 주 14.5시간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고 있다.

 

 

‘쪼개기 알바’는
월급만 쪼개지 않는다

 

‘쪼개기 알바’는 노동자에게 단순히 금전적인 손해만 입히지 않는다. 무엇보다 ▲노동권 침해 ▲프리젠티즘(Presenteeism)**으로 인해 초단시간 노동자의 신체 건강에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계 근무 시간이 15시간 이상이어도, 여러 곳에서 나눠 근무하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쪼개기 알바’가 증가하면서 많은 청년은 여러 개의 아르바이트를 뛰는 ‘n잡러’로 근무하는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아르바이트 하나만으로는 생계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씨는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14시간, 카페에서 6시간, 일주일에 총 20시간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신씨는 “주휴수당, 퇴직금 등을 받지 못한다”고 했다. 이는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의 노동권 보호 방향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1991년 ILO에 가입했다. ILO는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는 품위 있는 일자리(Decent work)’를 노동의 핵심 가치로 정의하며, ILO 가입국은 ‘고용의 안정, 사회적 안전망 제공’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홍 연구원은 “ILO 가입국으로서 이 같은 상황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초단시간 노동자는 짧은 시간만 근무한다는 특성상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초단시간 노동자의 46.2%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모든 노동자는 현행 「근로기준법」 제17조에 따라 업무를 시작하는 동시에 근로계약서를 체결해야 한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을 경우, 근로계약 관계를 증명하지 못해 산재보상을 받기 어렵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사용자는 업무상 부상 및 질병이 발생했을 경우 노동자에게 보상해야 한다. <관련기사 1909호 8면 ‘택배는 로켓이지만, 알바는 죽겠습니다’> 그러나 취재 결과, 변씨, A씨, 신씨 모두 아르바이트 계약 당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초단시간 노동자는 실업과 퇴직에서도 노동권의 공백이 드러난다. 주휴수당뿐만 아니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고용보험법」에서 보장하는 ▲상병수당 ▲퇴직금 ▲실업급여 역시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이를 두고 “근무 시간으로 혜택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불평등한 노동시장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초단시간 노동자는 안정적인 고용 조건에 기반을 두지 않아 프레젠티즘 위험이 커진다. 특히 프레젠티즘은 노동자의 신체 건강과도 직결된다.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이 발행한 ‘초단시간 노동자 유급병가 이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프레젠티즘을 경험한 비율은 전체 초단시간 노동자의 44.9%였다. 이들은 대체 인력의 부재와 해고의 위험으로 인해 직장을 쉴 수 없었다고 답했다. 사무금융분투재단 나지현 사무처장은 “프레젠티즘으로 수입이 없어지는 결과를 두려워해 쉬지 못하고, 아플 때 쉬지 못해 더 큰 병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홍 연구원은 “초단시간 노동자의 경우, 쉽게 해고당할 수 있어 고용관계가 불안정하다”며 “이는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비대칭적인 권력관계를 강화해 프레젠티즘 위험을 더 높이게 된다”고 했다.

 

지지부진한 법안 개정,
노동자 보호 가능할까

 

초단시간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법안 개정 논의가 있었지만, 큰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용 의원은 “「근로기준법」 제18조 3항으로 초단시간 노동자를 배제하는 것은 노동시장 전반의 불평등을 만드는 것”이라며 “초단시간 노동자의 개념을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7년 초단시간 노동자에 사회보험, 주휴수당에서 차별이 없도록 법 개정을 권고했고, 2021년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청년 쪼개기 알바 방지법’을 발의했다. 2023년 7월엔 용 의원과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유정주, 이탄희 의원이 ‘초단시간 노동자 권리찾기법’을 공동 발의했다. 이 역시 「근로기준법」,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고용보험법」에서 초단시간 노동자와 단시간 노동자의 구별 폐지를 주 골자로 발의됐다. 그러나 발의된 모든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법안 개정이 계속해서 지연되자, 지자체에서는 자체적으로 초단시간 노동자를 줄이려는 시도가 등장하고 있다. 울산 동구청은 2023년부터 구 자체적으로 ‘초단시간 노동자 없는 일자리 추진’ 정책을 실시했다. 울산 동구청은 이를 통해 초단시간 노동자의 저임금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먼저 울산 동구청은 ‘최소 생활노동시간 보장제’를 도입했다. 그 결과 울산동구청 및 산하기관에서 근무하는 총 53명의 초단시간 노동자가 주 15시간 근무하게 돼 주휴수당 및 퇴직금을 받게 됐다. 나 사무처장은 “울산 동구청과 같이 지자체가 모범 사용자로서 고용하는 역할이 중요하다”며 “공공 부문의 노동권 보호가 선도되면 민간 부문의 논의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시급에 주휴수당 및 사회보험 비용을 포함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자영업자에게는 주휴수당 지급을 피하고자 하는 게 합리적인 판단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사무처장은 “최저시급 기본급에 주휴수당을 넣거나,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등의 사회보험을 국가가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며 “선택이 아닌 ‘당연한 것’이 돼야 노동자가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근로자의 임금을 줄이기 위한 ‘쪼개기 알바’는 근로자 개인이 받는 돈뿐만 아니라 건강과 노동권 역시 악화시킨다. 홍 연구원은 “청년층이 초단시간 고용에서 겪는 ‘불안정성’은 생애 전반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초단시간 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정책 논의가 더욱 확대돼야 하는 이유다. 과연, 알바 천국은 올 수 있을까.

 

 

글·사진 유동기 기자
socio_princess@yonsei.ac.kr 

 

* 사용자: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에게 보수를 지급하고 고용하는 개인이나 법인
** 프리젠티즘(Presenteeism): 신체가 아파도 쉬지 못하고 출근하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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