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차 아르바이트의 가혹한 노동 현실과 그 원인

‘상하차 아르바이트’는 ‘지옥에서 온 알바’로 불린다. 끊임없이 몰려오는 수십 kg의 택배 박스를 올리고 내리다 보면, 몸 성한 곳을 찾기 어렵다. 상하차 아르바이트는 높은 업무강도로 악명높지만 20대 청년들이 많이 찾는다.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시급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근무해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한다. 안전하게 보호받는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도 한다. 상하차 아르바이트의 현실과 이를 둘러싼 제도를 들여다봤다. 

 

▶▶ 서울의 한 물류센터에 택배 트럭이 줄지어 배송을 기다리고 있다.
▶▶ 서울의 한 물류센터에 택배 트럭이 줄지어 배송을 기다리고 있다.

 

상하차 아르바이트는
고위험 고수익?

 

대학생 양우인(24)씨는 지난 방학 동안 물류센터를 찾았다. 생활비가 부족했던 그에게 하루 최대 12만 원을 벌 수 있는 상하차 아르바이트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양씨는 친구와 함께 남양주에 위치한 물류센터에 지원했다. 야간 수당으로 조금이라도 돈을 더 받기 위해서 밤샘 근무는 필수였다.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 30분까지 업무를 진행했다. 그는 “상하차 업무를 진행하다 너무 힘들어 상자 소분 업무로 보직을 변경했으나 이 역시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학생 정재희(24)씨도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지원했다. 그는 “한 번쯤은 인생의 쓴맛을 느껴보고자 지원했다”며 포부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야간 수당을 포함해 1만 2천원 정도의 시급을 받았다. 최저시급(9천620원)보다도 높고 일당을 바로 지급받을 수 있기에 급하게 돈이 필요한 20대 청년들에겐 매혹적이다. 

비교적 높은 시급에도 불구하고 상하차 업무 종사자들은 위험한 환경에 놓여 있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실이 발표한 ‘택배 물류센터 노동 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상하차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7.7%)이 일하다 다쳤다. 전문가들은 업무강도 상승의 원인으로 ▲배송업체 간 속도 경쟁 심화 ▲근로 시간 특례제도 제외를 꼽는다. 먼저 ‘로켓 배송’, ‘총알 택배’ 등을 내세워 배달 속도 경쟁에 나선 물류 업체들이 업무강도를 높였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는 “업체들의 경쟁은 상하차 업무의 일을 수행하는 이들에게 업무 압박으로 내려오게 된다”고 말한다. 사단법인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의 윤자호 정책위원도 “‘클릭하면 도착한다’는 빠른 배송의 편리함에 노동자들이 과로한다”며 “노동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경쟁이 너무 과열돼있다”고 말한다.

지난 2018년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됨과 동시에 ‘근로 시간 특례업종 축소’에 물류 업계가 제외된 것이 이들의 노동 강도를 높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근로 시간 특례업종은 주52시간 근무제에 해당하지 않아도 되는 업종이다. 정부는 특례업종을 26개에서 5개로 축소했지만, 물류 업계는 특례업종에 포함돼 12시간의 초과 연장근로가 여전히 가능했다. 신인철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근로 시간의 확대는 당연하게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악화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참세상연구소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노동권연구소에 의뢰해 작성한 ‘생활물류센터 종사자 노동인권상황 실태조사’(아래 생활물류센터 실태조사)에 따르면 물류센터 노동자의 경우 하루 평균 12시간 정도 근무하고 있었다. 노동자들은 보통 주거지와 먼 곳에서 출퇴근하기에 충분한 수면시간이 보장되지 않았다.

 

산재 보상받기
하늘의 별 따기

 

전문가들은 다쳤을 때 산업재해(아래 산재)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생활물류센터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하다 다쳐서 4일 이상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노동자는 496명 중 77명이었으며, 이 중 30명만이 산재보험을 받았다. 다쳤을 때 자비부담을 한 경우는 산재 처리를 한 경우의 5배였다. 상하차 아르바이트에서 산재 보상을 받기 어려운 원인으로는 ▲근로계약서 작성 미비 ▲산재보상교육의 부재 ▲중층화된 도급구조가 꼽힌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17조에 따르면 비정규직을 포함해 모든 근로자는 근로를 진행함과 동시에 근로계약서를 체결해야 한다. 그러나 양씨와 정씨 모두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적이 없었으며, 작성해야 한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업무를 진행했다. 이 교수는 “하루라도 근로를 진행한다면 작성해야 하는 것이 근로계약서”라며 “단기로 근무한다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상하차 아르바이트의 관행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말한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산재보상을 받기 더욱 어려워진다. 공식적인 ‘근로계약 관계’를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업무를 진행하기 전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산재보상교육’도 진행되지 않았다. 정씨는 “업무를 시작하기 전 업무에 대한 간단한 절차만 알려줬을 뿐, 안전 교육이나 산재 발생 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보상 방법에 대해서도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소속 근로자에게 정기적으로 안전보건교육을 해야 한다. 해당 법률에는 안전보건교육에서 ‘산업안전보건법령 및 산업재해보상보험 제도에 관한 사항’을 전달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상하차 아르바이트 업무를 진행하는 이들은 대부분 단기로 고용된다. 그렇기에 명확한 산재 보상 과정에 대한 교육이 없다면 이들은 산재 상황 발생 시 보상을 쉽게 포기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전문가들은 ‘중층적인 도급구조’를 원인으로 꼽았다. 물류 업계 대부분은 일반적으로 하청업체가 재하청을 주며 일용직 노동자들을 모집하고 관리한다. 판매사, 택배사와 같은 ‘원청’이 운영회사에 ‘하청’을 주고 운영회사는 인력업체를 ‘재하청’ 해 일용직을 공급받는 것이다. 이러한 계약 구조 속에서 원청은 일용직 노동자 고용의 책임을 회피할 수 있고, 관리 업무만 맡게 돼 산재 보상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중층적인 도급구조에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기 어렵다. 생활물류센터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동자 상당수가 자신의 고용 주체가 누군지 전혀 몰랐으며, 주휴수당과 사회보험 납부의 절차를 알고 있는 경우도 부재했다. 윤 위원은 “원청인 대기업 물류 회사는 산재 발생 시 결국 하청 업체의 관리 소홀로 넘기게 된다”며 “이러한 구조 속에서 불법적인 노동 관행이 이어진 것”이라 말한다. 신 교수 또한 “물류업체가 직접 고용이 아닌 하청과 재하청으로 도급을 통해 인력을 충원하는 한 근로자의 근로환경 개선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옥의 상하차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상하차 아르바이트의 피해사례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지난 2018년 CJ 물류센터에서 택배 상차 업무를 하던 노동자가 사망하고, 2020년엔 상하차 업무를 하던 3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지금도 상하차 아르바이트에서 산재 피해자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먼저 무엇보다 현행 법률이 제대로 잘 지켜져야 한다고 말한다. 신 교수는 “먼저 근로계약 체결 등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사업장에 대한 행정적 조치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선 근로조건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상시로 점검하는 체제의 필요성도 대두된다. 이 교수는 “현행법을 바탕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보장받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현행 법률을 넘어 원청의 책임을 강화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윤 위원은 “결국 중요한 것은 원청의 책임”이라며 “원청에 압박이 가해져야 하청, 재하청 업체의 근로조건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지난 2022년 1월 27일부터 입법돼 시행되고 있다. 해당 법률을 통해 하청업체 노동자가 중대 산업재해를 입게 되는 경우에 사업주 혹은 경영책임자에 피해의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직 물류 업계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사례는 전무하다.

원청의 책임과 함께 물류 업계 노동자의 권리가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생활물류센터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용직을 공급하는 인력업체들이 공유하는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 산재 신청과 같은 정당한 노동자의 권리를 행사했을 때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윤 위원은 “상하차 업무의 경우 육체적으로 힘든 상황이기에 노동조합 등 조직적으로 힘을 모으는 움직임이 적었다”며 “상하차 업무 노동조합도 생기면서 노동권을 강화하는 목소리가 커져야 한다”고 말한다.

 

빠른 로켓 배송 뒤에는 이를 만들어내는 상하차 아르바이트가 존재했다. 윤 위원은 “우리가 느끼는 편리한 사업 뒤의 불편한 현실을 바라보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삶의 ‘편리함’은 누군가의 근로조건의 ‘불리함’과 바뀌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빨리 지나가는 지금, 잠시 멈춰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글 유동기 기자
socio_princess@yonsei.ac.kr

사진 반고은 기자
bahn082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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