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9일, 국민권익위원회(아래 권익위)에서 공직자 농축수산물 선물 금액 제한을 기존 10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명절엔 기존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유가증권을 제외한 5만 원 이하 품목’에는 온라인 및 모바일 상품권도 포함했다. 김홍일 권익위장은 상향조정의 이유로 농축수산업의 어려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들었다.

청탁금지법 제정 이후 긍정적인 면도 많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법의 실질적인 적용에 있어 여러 문제도 있었다. 긍정적인 예를 들자면, 2만 9천 원짜리 상차림이 등장하고 공직자에 대한 공공연한 선물도 눈에 띄게 줄어드는 효과를 보였다. 권익위에 따르면 부정청탁 신고는 2018년 3천330건, 2019년 2천98건, 2020년 1천110건, 2021년 869건으로 지속해 줄어들고 있다. 신고는 줄어들고 있지만 제재처분을 받은 인원은 2017년 156명에서 2018년 334명으로 증가한 후 매년 300명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신고는 해마다 줄었지만 제재처분을 받은 인원이 줄어들지 않는 점이 흥미롭다. 

청탁금지법과 관련해 추석이 농축수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다. 먼저, 추석은 설날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가장 큰 명절로 선물교환이 가장 많이 일어난다. 둘째, 농산물의 경우 계절상의 이유로 추석에 가장 큰 시장이 열린다. 추석이 음력으로 지켜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계절과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과일들이 충분히 익지 않는 경우가 있다. 농부들의 경우 추석이 대목이기 때문에 조생종 품종들에 집중하거나 설익은 과일들을 파는 경우도 있다. 과일들의 경우 추석이 지나면 상품출하량이 늘어나고 가격도 떨어지기 때문에 값비싼 선물세트들은 추석에 초점을 맞춘다. 이와 관련해 최근들어 물가와 인건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농산믈 선물 금액제한에 맞춰 선물세트를 맞추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실질적인 문제가 있다. 추석 선물 등은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춰야하기 때문에 양을 줄여 금액제한에 맞추면 선물로서의 가치가 많이 퇴색되는 단점도 있다. 이러한 상향 조정은 농수축산업에서 줄곧 요구해온 바이고 권익위의 결정은 이런 배경에서 내려진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선물 금액 상향 조정이 농축수산업의 어려움을 모두 해결할 리 없으며, 일부 선물세트 등에 집중돼 제한된 농축수산인들만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농축수산업 소비를 증진하는 방안은 그 방안대로 고민해야 하며, 농축수산업 업계의 어려움이 청탁금지법의 선물 금액 상향 조정의 이유로 제기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신고는 해마다 줄고 있지만 제재처분을 받는 인원은 여전히 줄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정책변화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들어 정치인과 공직자의 초대형 비리가 계속 언론에 노출되는 상황에서 소액 규모의 선물에 관한 정책변화가 청탁금지법의 입법 취지를 흐리는 것은 아닌지도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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