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8년 서울에서 열린 제24회 하계올림픽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큰 역할을 했다. 92년의 올림픽 역사에서 1968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제19회 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로 선진국이 아닌 나라에서 개최된 올림픽이었지만, 그 이전에 세계적인 국제행사 경험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올림픽’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 속에서 한국의 존재를 성공적으로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듬해부터는 해외여행 자유화로 외국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되면서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라는 서울 올림픽의 구호는 현실이 됐다. 그 후로 지금까지 한국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2002 한일월드컵’을 비롯해 수많은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 왔다. 그중에는 지난 1991년 강원도 고성에서 치러진 제17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도 포함돼 있었다. 그랬으니 전라북도 새만금에서 32년 만에 치르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아래 잼버리)도 성공적으로 개최될 것이라는 기대를 세계 각국의 참가자들은 의심하지 않고 갖게 됐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했나? 더위를 피할 곳이 없어서 병원에 실려 가는 이들이 속출했고, 화장실과 샤워실은 부족하고 청결하지도 못했으며, 위생적이고 충분한 음식은 제공되지 못했다. 국내 매스컴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함과 동시에 참가자들이 대체 프로그램으로 좋은 경험을 했다고 전했지만, 외신에서는 행사의 본질 훼손과 함께 문제해결 과정에서의 미숙함과 준비 부족을 더 크게 부각했다. 

이번 잼버리는 그동안의 국제행사를 찬사와 함께 장식했던 한국의 능력에 크나큰 흠집을 남겼다. 준비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점이 지적됐으나 그 문제점은 해결되지 않은 채 세계 청소년들을 맞이했다. 잼버리를 책임지고 진행할 당사자들은 폭염과 태풍에 대책 없이 허둥지둥하며 서로 책임을 전가하기에만 몰두했다. 이제 잼버리가 끝났으니 누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잼버리가 취지와 다르게 파행됐는지를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 책임자 처벌 때문이 아니라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다. 여권에서는 이와 같은 사태가 일어난 책임을 전 정부, 여성가족부, 전라북도 등으로 돌렸다. 책임자가 바뀌면서 이전의 일이 중지되거나 무시되는 건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지만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야 할 최종적 책임은 현 정부에 있다. 국제행사를 잘 치르는 국가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은 책임 있는 자세로 사태의 원인과 문제점을 철저한 조사를 통해 밝히고 앞으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체계적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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