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형 총무국장(국관·22)
이제형 총무국장(국관·22)


“미래캠은 원래 안 됩니다”
“지역안배의 측면에서 미래캠은 어렵습니다”
“내정된 국책사업입니다”

 

지난 5월, 우리신문사 보도2부 기자로 활동하던 시절 취재원에게 들은 말이다. 1년이 넘도록 보도부 기자로서 우리대학교 미래캠의 ‘캠퍼스 혁신파크 조성사업’(아래 혁신파크 사업) 공모를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 왔다. 해당 사업의 수주여부가 ‘2018년 역량강화대학’ 선정의 아픔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2023년 현재. 혁신파크 사업은 4년 차를 맞았다. ▲교육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가 공동 진행하는 해당 사업은 ▲서면평가 ▲현장실사 ▲종합평가의 3단계로 평가가 이뤄진다. 선정된 대학은 해당 부지를 도시첨단산업단지로 조성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 지난 2019년 1기 혁신파크 사업에 선정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는 2021년 카카오 데이터센터를 착공하는 등, 산학연 전반에서 사업의 수혜를 받고 있다. 당해 함께 선정된 강원대는 국비 504억 원을 지원받아 강원지역 혁신성장을 이끄는 동력이 되고 있다.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을 목표로 하는 정부의 파격적 지원 때문일까. 전국의 지방대는 혁신파크 사업 수주를 위해 경쟁적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1기 공모부터 4기 공모까지 평균 경쟁률이 10.2:1에 육박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높은 경쟁률 속에서 우리대학교는 1기 공모 최종 평가 탈락, 2기와 3기 공모 서류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었다. 가장 최근에 진행된 4기 공모는 현장실사까지 이뤄졌으나, 최종 평가 단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연이은 탈락 소식에 나는 ‘미래캠 혁신파크 사업 4수 실패’라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약 2주간 ▲혁신파크 사업 소관 정부부처 ▲사업을 수주한 타대학 ▲우리대학교 담당자들에게 끊임없이 연락을 돌렸다. 대부분 “대외비 사안이므로 답변해 줄 수 없다”, “탈락 소식을 왜 보도하냐” 식의 대답만 돌아왔다. 우여곡절 끝에 정부 부처의 관계자 A씨와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A씨는 내게 기사화하기에 어려운 혁신파크 사업의 진실을 토로했다. 혁신파크 사업은 선정 대학이 지역안배에 따라 어느 정도 내정돼 있다는 것이었다. 혁신파크 사업 평가위원회 위원들은 비수도권의 ‘지역안배’에 초점을 맞춰 평가를 진행했다. 우리대학교는 관동권에 속해있다. 관동권의 경우, 지난 2019년 혁신파크 사업 1기 공모에서 강원대가 선정됐다. 강원대와 같은 권역에 위치한 우리대학교는 ‘지역안배’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후기 혁신파크 사업 공모에서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밀려야만 한 것이다.

2023년 오늘날. 전국의 지방대는 급감하는 학령인구와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인해 신입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등록금 의존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등 지방대의 위기는 점차 극심해지고 있다. 지방대에 국책사업은 각 대학이 겪는 어려움을 한 번에 해결해 주는 구세주와도 같다. ▲지역사회와의 상생 관계 형성 ▲재정 문제 해결 ▲각종 인프라 형성 등 대학 운영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침으로써 자생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떼 놓은 당상’ 식의 국책사업 선정은 지방대가 자생력을 강화하고 위기를 타개하는데 좋은 양분이 되지 않는다. 공명정대하게 평가됐어야만 하는 국책사업의 심사가 ‘공정성’보다 ‘지역안배’만을 우선으로 이뤄졌다면 안 될 것이다. 명시된 기준에 따라 심사가 진행됐는지 확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우리대학교는 지난 6월 20일 이러한 기울어진 운동장 속에서 ‘글로컬대학 30’이라는 국책사업에 1차 합격 성적표를 받았다. 글로컬대학 30 사업의 최종 결과는 오는 11월 발표될 예정이다. 우리대학교의 선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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