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고용노동부 신임 근로감독관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가 사망했다. 이에 국민의힘 박대수 의원실은 고용부에서 받은 자료를 공개했다. 고용부 임용 이후 재직 5년 미만인 고용부 직원이 자발적 사직, 의원면직을 선택한 숫자는 2017년 143명에서 2021년 243명으로, 4년 만에 70%(100명)나 급증했다. 고용노동부 공무원의 업무 과중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그런데 지난 10일, 원주시청 소속 공무원의 비보가 또다시 전해졌다. 평소 일이 힘들어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는 주변의 진술도 확보됐다. 이어 16일 다른 한 명의 원주시청 소속 공무원이 숨졌으며, 같은 날 봉화군청 소속 공무원의 사망 소식도 이어졌다. 잇따른 비보에 공직 사회의 분위기는 뒤숭숭하기만 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제 더 이상 공무원의 업무 과중은 특정 부서, 특정 연령층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부서와 나이를 막론하고 악성 민원인을 응대하고, 부서 내의 부족한 일손을 메꾸는 것은 공무원  개인의 몫이 됐다. 이제 그들은 철밥통을 벗어던지기 위해 공직을 떠나거나, 세상을 떠나고 있다.

최근 공직 사회의 업무 과중 및 공무원의 정신적 피해 정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도 이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고자 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4월 29일,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은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12월 국회는 대안 반영을 의결했다. ▲임용권자의 민원 담당 공무원의 보호조치 의무화 ▲민원 담당 공무원의 보호조치 요구 등의 조항을 통해, 대민 업무 담당 공무원을 악성 민원인의 폭언과 폭행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이전까지 고객응대근로자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상대의 위법 행위에 대응할 수 있었으나, 공무원은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 보호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이 의결된 지 2년이 흘렀음에도, 실제로 법안이 공무원을 보호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국가공무원법의 울타리가 닿지 않는 곳에서 여전히 많은 공무원이 희생되고 있다. 법으로 그들을 보호하겠다는 국가의 약속이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공무원들의 고충 토로가 배부른 소리라며 해당 사건들을 일축한다. 그러나 특정 직군에서 반복적인 사고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심지어는 국가 고용 노동자들인 것에 대해 더 이상 정부가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공무원의 적절한 인력배치는 물론이고 실효성 있는 공무원 ‘보호법’의 발효가 가능하도록 힘써야 할 때다. ‘철밥통’이라는 자랑은 옛말 된 지 오래다. 국민을 위한 일꾼이 되기 전, 한 사람의 국민이자 개인으로 보호받을 권리의 보장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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