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제환 보도부장(QRM·21)
최제환 보도부장(QRM·21)

 

“숫자로 대답해 주십시오”

 

작년 ‘아카라카를 온누리에’(아래 아카라카) 암표 기사를 취재할 당시 응원단에게 던진 질문이다. 4번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응원단은 아카라카 티켓의 ‘총 수량’을 묻는 질문에 끝까지 동문서답하거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응원단의 불투명한 티켓 관리와 회계를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결심한 순간이었다.

관객이 스탠딩으로 관람했을 때 노천극장이 수용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은 1만 4천명이다. 하지만 재학생들에게 티켓팅으로 주어지는 티켓은 1만 1천200장이다. 14,000과 11,200 사이 2,800이라는 숫자는 어디로 갔을까. 오랜 시간 취재하면서 티켓(혹은 좌석)의 행방을 추적한 결과, ▲응원단원과 단장 ▲기획단 ▲운동부 ▲소나기 ▲가족석 ▲총동문회 등으로 흘러간 것이 확인됐다.

결국 2,800석의 ‘빈칸’은 아카라카를 둘러싼 모든 의혹과 병폐를 양산했다. 응원단의 지인은 가족석에 입장하는 데 티켓조차 필요 없다. 응원단 지인이라는 표시의 목걸이만 있으면 ‘프리패스’였다. 그런데도 응원단원에게는 티켓이 여러 장씩 주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원이 특정될 위험이 있어 기사화하지 않았지만, 운동부 지인으로부터 초대권을 받은 후 티켓팅까지 신청해서 남은 한 장을 암표로 판매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누구는 응원단과 운동부에 지인이 없다는 이유로 20만 원이 넘는 암표를 사야 하고, 누구는 풍족하게 티켓을 받아 주변에 나눠주거나 판매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구글폼으로 티켓팅을 진행하고, 티켓을 손수 제작해 배부하는 현재 응원단의 운영 방식에서는 암표 거래를 막으려는 노력을 찾아볼 수 없다. 암표 거래를 사실상 방치하면서 암표 판매를 금지한다고 공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암표 시장을 유지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은 한, 티켓팅 방식을 바꾸지 않는 응원단의 방침을 이해할 수 없다. 혹자는 아카라카에 갈 마음은 없지만, 암표로 티켓을 ‘리셀’하기 위해 티켓팅에 참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2,800석이 어떻게 채워지는지 공개하지 않고 암표를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운영방식은, ‘울며 겨자먹기로 암표를 구매해야만 하는 학우들의 참담한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다. ‘서 있을 공간이 부족해 아슬아슬하게 아카라카를 관람해야 하는 학우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학우들에게 통로를 비우지 않으면 공연을 진행할 수 없다는 안내를 하기 전에, 노천극장 어디에 몇명의 학우들을 수용했는지 응원단 스스로 자문하길 바란다.

기사가 발행된 이후 아카라카에 대한 학우들의 비판 여론이 뜨겁다. 이는 아마 아카라카가 단순히 연예인을 초청해서 즐기는 콘서트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유구한 전통을 가진 아카라카는 대학 행사의 ‘스탠다드’이자 우리대학교의 상징이다. 응원단의 위상을 되찾고 모두가 행복한 아카라카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첫째, 티켓의 총 수량과 함께 티켓팅이 아닌 기타 경로로 배부되는 티켓의 행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둘째, 원활한 암표 단속을 위해 손수 티켓을 제작하는 티켓팅 방식을 변경, 암표 신고에 대한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수많은 암표 거래가 이뤄졌는데도 작년에 응원단이 적발한 암표 거래는 총 10건 남짓이었다.

셋째, 아카라카는 응원단의 전유물이 아닌 연세대학교 모두의 축제이므로, 학생사회에 티켓 수익과 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억대 회계가 외부의 감사나 기록 없이 처리되는 운영방식은 아주 위험하다.

넷째, 응원단은 홈페이지에 명시했듯이 ‘특별자치단체’로 분류되므로, 학생회칙 138조에 따라 전년도 활동보고서·전년도 결산보고서·당해 사업계획서 등의 서류를 중앙운영위원회에 제출하고, 매년 성실하게 재인준받아야 한다.

과정이 아름답지 못하면 결과는 아름다울 수 없다. 행사 준비 과정이 아름답지 못하면 연세인이 부르는 응원가와 노천극장의 푸른 물결도 아름다울 수 없다. 연세대학교 응원단의 ‘자정작용’을 통해 아카라카의 푸른 물결이 ‘투명’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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