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는 지난 2022년 12월, 정당 활동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현수막 설치 시 신고 절차 및 장소 제한을 두지 않는 등의 내용이 담긴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하지만 기준이 불분명해 부작용이 속출했고, 민원ㆍ안전사고도 급증했다. 결국 정부는 제동을 걸었다. 

5월 4일 행정안전부는 현수막 사용에 대한 새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을 통해 행안부는 어린이ㆍ노인ㆍ장애인 보호구역 등 안전 취약지점에는 정당 현수막 설치를 제한한다고 했다. 그리고 정당 현수막이 교통 신호등이나 안전표지를 가리는 경우, 보행자 통행 장소 및 교차로 주변에 붙은 현수막 설치 높이가 2미터 이하인 경우,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 세 개 이상의 현수막을 부착한 경우는 설치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각 관할 지자체가 강제 철거에 나설 수 있게 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가이드라인 발표가 문제를 해결하진 못했다. 가이드라인 시행에 대해 부처간 엇박자와 책임 미루기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가령 서울시 등 지자체는 가이드라인의 내용이 모호해서 실제 단속에 적용하기 어렵고, 가이드라인의 강제력이 없어서 그 내용이 시행령 등에 정식으로 포함되지 않는 한 집행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욕설 등 부적절한 문구가 적힌 현수막에 대한 대책이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빠졌다는 비판도 있다. 

무분별한 정당현수막의 폐해가 무엇일지에 대해서는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현수막이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 둘째는, 정당 현수막이 담고 있는 비난과 조롱의 언어들이 가뜩이나 심각한 한국 사회의 의견 양극화와 정치 혐오를 증가시킬 수 있다. 셋째는, 거리에 걸린 현수막 자체가 도시 경관을 해친다. 도시의 시각적 환경 역시 공공 자원이라 할 수 있는데, 정당 현수막은 그런 환경을 오염시킴으로써 시민들의 권리를 빼앗고 있다. 넷째는, 현수막들이 초래할 환경 문제이다. 옥외광고물 시행령에 따라 거리에 걸린 현수막은 15일이 지나면 철거해야 한다. 그렇게 쌓이는 현수막들이 심각한 환경 문제를 만들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을 생각한다면 정당 현수막을 마음껏 달 수 있게 한 옥외광고물법도 문제이고, 고삐 풀린 현수막들이 만들어내는 문제를 임시 방편적으로 해결해보려는 이번 가이드라인도 문제이다. 정당 현수막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현수막 설치를 선거 기간 등 일정 기간으로 최소화시키고, 설치 가능 장소도 최소화시키고, 그 외에는 전면 금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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