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9일, 대구의 한 건물 4층에서 고교생이 추락하여 부상을 당했다. 구급차에 올라타기는 했으나 그 부상자는 응급실을 찾아 거리를 헤매다 골든타임을 놓쳐 목숨을 잃고 말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4일, 응급환자 처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대구시내 4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중등도 분류 의무와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 거부 위반 등을 적용하여 시정명령·보조금 지급 중단·과징금 부과처분을 내렸다.

복지국가라면 응급환자가 처치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뉴스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전해지곤 한다. 그때마다 행정조치가 취해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가슴 아픈 일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은 근본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경증환자가 119를 이용하여 상급병원으로 이송되는 빈도를 줄일 수 있는 보다 강력하고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굳이 상급병원 응급실을 이용할 필요가 없는 경증 환자가 상급병원 응급실을 차지하고 있으면 신속한 처치가 필요한 중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은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항상 응급상황을 대비해야 할 의사들이 너무 바쁘면 의료공백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므로 대기인력도 늘어나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므로 개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병원 이용이 세계에서 가장 쉬운 나라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뛰어나다. 대신 중환자가 빨리 처치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행정처분만으로 해결될 수 없음은 지나간 과거가 증명해 주고 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의 주장대로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최고의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한 응급의료체계”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의료진과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시설이 갖춰질 수 있도록 투자를 해야 한다. 응급실이 바쁘게 돌아간다면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제대로 처치를 받지 못할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응급의료체계 개선은 국민들이 필수의료에 대한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과 더불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이미 반복되고 있는 도로 위에서의 사망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보건복지부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와 논의를 하자는 대한응급의학의사회의 제안을 받아들여 당장 머리를 맞대고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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