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한 사진영상부장(글창융경영·21)
김대한 사진영상부장(글창융경영·21)

지난 2021년 우리신문사에서 수습기자로 재직하던 시절, 버닝썬 게이트를 단독 보도했던 기자를 만난 후 우리나라 마약문제의 심각성을 처음 깨달았다.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관심가졌던 버닝썬 게이트는 마약 유통, 약물 성범죄 등 심각한 우리 사회의 범죄를 뿌리 뽑을 기회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건의 초점은 흐려져 단순 연예인의 일탈 사건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버닝썬 게이트가 발생한 지 어느덧 4년. 유감스럽게도 대한민국은 마약에 물들었다. 누구나 마약을 접할 수 있고, 피해를 경험할 수 있다. 2022년 기준으로 검찰에 적발된 마약 사범은 역대 최다인 1만 8천395명이다. 관세청이 적발한 마약 밀수량도 624kg으로 5년 만에 9배로 증가했다. 특히 10대를 중심으로 마약의 확산세가 심각하다. SNS를 이용한 온라인 비대면 거래와 가상화폐 결제로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마약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마약 범죄자의 행각은 날로 대담해지고 있다. 손쉽게 마약을 접할 수 있다 보니 마약을 단순히 투여하는 것을 넘어 유통하고, 판매하기까지 한다. 한때 일부 연예인과 외국인에 국한됐던 마약 범죄는 사회 전반에 깊고 넓게 퍼지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지난해 10월,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이 절실하다며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이후 2월, 범정부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마약 범죄 특별수사팀이 출범하면서 급속도로 확산하는 마약 범죄를 차단하기 위한 본격적인 대응이 시작됐다. ‘마약 청정국’을 되찾기 위해 정부가 칼을 빼든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역부족이다. 최근에도 빈번히 유명 연예인과 청소년들의 마약 투여 사건이 보도되는 모습을 보니, 정부가 마약 범죄에 대한 제대로 된 문제 파악과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마약을 퇴치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

우선 형사 사법 제도를 강화해 마약 사범을 강력히 처벌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범정부 차원의 마약 범죄 특별수사팀이 그 예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마약 문제를 공중보건 위기로 정의했다. 약물 중독 치료와 예방을 위해 대대적인 국가 예산을 투입해 약물 중독 문제에 맞서 재활을 통한 치료를 강조했다. 중독성이 강한 마약의 특성상, 재범의 가능성이 높으므로 사후 관리 없는 마약 사범의 처벌은 효과적이지 않다.

관리의 허점도 보완해야 한다. 마약은 자신이 투약할 수도 있지만, 범죄를 목적으로 타인에게 투약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마약류 약물을 사용한 성범죄가 대표적인데, 약물을 통해 상대방을 항거불능 상태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심각성에 비해 수사는 미진하다. ‘데이트 강간 약물’로 알려진 GHB는 투약 후 24시간 이내에 몸 밖으로 배출되기에 피해 입증을 위한 체내 검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GHB와 같이 성범죄에 악용되는 신종 마약류는 버닝썬 게이트를 통해 심각성이 알려졌지만, 관련 처벌이 이뤄진 것은 한 건에 불과하다.

마약을 사용해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를 가중 처벌할 법 규정도 부재하다. 마약류를 규제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은 마약 및 원료물질의 관리를 적정하게 함으로써 오용 또는 남용으로 인한 보건상의 위해를 방지해 국민건강 향상에 이바지한다는 목적을 지닌다. 법 제정 당시엔 마약을 통한 영리 추구와 자가 투여 목적의 마약 범죄를 처벌하기 위해 도입됐다. 결국 마약류에 대한 복용·유통·거래·소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마약류 ‘관리’법은 마약류의 타인 투약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다. 타인에 대한 마약류 사용규제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이다.

그동안 대중의 시선은 마약과 관련된 연예인의 이슈에 집중하고, 마약 범죄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에 머물렀다. 물론 당연히 맞는 말이지만. 제대로 된 문제 파악 없이는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 마약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새로운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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