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선거제 개편 논의와 함께 국회에서는 현행 국회의원 총원을 300명에서 350명으로 증원하자는 논의가 진행됐다. 비록 정치인에 대한 냉랭한 여론으로 현 상태의 정원을 유지하기로 결정하였지만, 우리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국민이 국회의원의 특권과 직능에 대해 얼마나 부정적인지를 목도하게 되었다. 국민은 부패한 정치와 국회의원의 특권 의식에 지쳐가고 있다.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정치에 대한 불신이나 무관심으로 이어진 것은 더 큰 문제이다. 정치는 시민들의 다양한 삶의 조건을 만들고 미래를 설계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사회의 여타 영역과 구별되는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국회의원 정원 문제는 정치의 이런 본래적 기능과 연관해서 살펴야 한다. 

한국의 의원 수는 증원할 필요가 있다. 세계의 주요국들은 공존을 설계하는 정치전문가로서의 의원을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이 두고 있으며, 각 의원정책실 역시 전문적인 영역을 바탕으로 세심하게 정책을 발굴한다. 우리나라는 OECD 38개국 중 인구에 비례해서 의원 수가 가장 적은 나라에 속한다. 국회의원 1인이 약 17만 여명을 대표하고 있는데, 이는 38개 국 중에서 4번째로 많다. 세계의 대부분의 나라는 의원 1인당 10만 명 이하를 대표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는 정책입안과정에서 다양한 사회욕구를 반영하여 정치적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으며, 또한 정책(입안자들) 사이의 경쟁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이끌어 내어 합리적 정책이 결정될 수 있게 한다. 

의회의 권한은 확대할 필요가 있다. 행정부를 견제하는 의회의 권한 강화는 현대정치가 보여주는 뚜렷한 지향점이다. 물론 의회의 권한 강화가 의원의 권한 강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여야 한다. 의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의회 자체에 대해서라기보다는 의원의 특권적 행태에 대한 반감으로 읽힌다. 우리나라의 의원에게는 지나친 특권이 부여되어 있는데, 이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작년 의원의 세비는 1억 5,500만 원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며, 국내 직업군 가운데서도 최고수준이다. 또한 부정부패 및 권력 오남용에 대한 가중처벌로 입법권자로서의 책임의식을 유도해야 한다. 이러한 전제조건이 실천적으로 달성될 때 국민은 정치를 신뢰하고 국회의원 증원 등 의회 권한 강화의 필요성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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