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9시간 근로. 단순히 계산하면 매일 10시간씩 근무하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해야 한다(일요일은 9시간). 점심시간과 출퇴근 시간은 근무 시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일주일 동안 쉬지 않고 하루 13시간을 노동에 써야 한다.

주 69 노동시간 개편은 두 가지 측면에서 잘못되었다. 첫 번째는 사람들이 매주 하루 13시간을 일할 수 있는 과로 사회를 제도화한다는 점이다. 물론 주 69시간 집중 근무를 하고, 더 쉴 수 있는 직종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근로 시간을 늘리면 근로자 소득이 증가할 수도 있다. 기업은 노동시간 유연화와 장기화로 생산을 늘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휴식 없는 근로로 생산성을 높이기는 쉽지 않다. 또한 이미 가지고 있는 휴가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문화 속에서 최대 주 69시간 근로를 허용하면 과로 사회와 그로 인한 위험사회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잘못은 숙의(熟議) 없는 ‘아니면 말고’ 식의 비민주적인 정책 결정이다. 주 최대 69시간 근무까지 허용하는 노동시간 개편안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연장 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개편안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커지자 여론을 다독이기 위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정부의 근거 없는 말 바꾸기로 혼란이 빚어지고 있고 정책 시행 근거에 대한 신뢰도도 낮아지고 있다. 주 69시간 개편안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 2022년 말부터 나왔고 이미 입법예고까지 끝났는데 갑자기 ‘60시간’으로 말을 바꾼 것이 행정 혼란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60시간’을 선정한 명확한 근거도 없어 국민의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기보다는 당장의 거센 반발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부는 국민의 여론을 제대로 반영한 정책을 일관성 있게 펼쳐 정책 혼란을 없애야 한다. 숙의 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를 통해, 정책 변화의 장단점에 대해 시민들의 참여, 논의, 정책 결정을 제도화해야 한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선거를 통해 선출된 정치 리더십이라고 하더라도 자신들의 의지대로만 정책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시간이 좀 더 걸리고 반대가 있더라도 협치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가는 것이 민주주의의 장점이다. 주 69시간 노동 개편이 시민들이 주인되는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하고 실행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