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다수 일어나고 있지만 자동차 제조사 책임을 인정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 2017년에 개정된 법률에 따르면 소비자가 제조물로 인한 피해를 입었을 때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시 제조사 책임을 인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2017년 이후 국내에서 자동차 급발진 사고와 관련해서 제조사 책임을 인정한 것은 아직 한 건도 없다. 지난 20172월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제출한 국과수에 의뢰된 자동차 급발진 사고 관련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분석을 의뢰받은 급발진 의심 사고 차량은 154건이었지만, 급발진으로 판명된 사고는 단 1건도 없었다.

지난 223,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자동차 급발진 사고와 관련해 제조물책임법을 개정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5일 만에 청원 성립 인원인 5만 명을 돌파했다. 청원인은 청원에서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자동화되어가는 자동차에서 끊임없이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소프트웨어 결함이 발생하면 흔적이 남지 않기 때문에 입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은 6일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시 결함 원인에 대한 입증 책임을 제조사가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이 개정안에서는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자가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었음을 입증하도록 규정했다.

현행 법에서는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차량의 결함이 있음을 비전문가인 운전자나 유가족이 입증해야 한다. 자동차 자체가 너무 복잡해져서 일반인이 이를 입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자동차에 설치된 소프트웨어의 결함도 알아내고 이러한 소프트웨어의 결함이 하드웨어 전달되어 사고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를 비전문가인 민간인이 수행하는 데는 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입증책임을 제조자가 부담하더라도 독립적인 조사가 객관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담보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었음을 입증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정확히 규정될 필요가 있다.

자동차 급발진은 한국에 한정된 일이 아니다. 최근 들어서는 테슬라를 둘러싼 논란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자동차 급발진 현상에 대한 진상 규명은 국제적 공조를 통해 진행될 필요가 있다. 또한 책임소재 규명과 더불어 자동차 안정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에 대한 발전적 대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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