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훈 사회부장(불문·22)
김병훈 사회부장(불문·22)

 

공영방송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불만이 수신료 인상을 계기로 표출된 것에 가깝습니다. 수신료 문제의 이면에 집중해 공영방송의 역할과 가치를 바로 세우는 데 필요한 것들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 [1900][시사 바로쓰기] 매월 2500, 수신료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지난해 10, 공영방송 수신료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시사바로쓰기를 발행하며 공기업의 방만경영 문제에 처음으로 직면했다.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지만 공공성,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는 경영 실태는 큰 문제로 다가왔다. 문제는 공영방송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부채는 지난 2021580조 원을 넘었고 작년에는 600조 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2019년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기업 부채 비율은 20.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공기업은 부채를 탕감하고 존속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한다. 아무리 부채가 많고 적자가 심하더라도 정부나 지자체가 빚을 책임진다는 암묵적 지급보증때문이다. 결국 공기업의 부채는 혈세로 갚아야 하는, 국민의 빚이 되고 시장을 교란한다. 사기업에서 발행하는 회사채까지 피해를 입는 경우도 발생한다. 빚을 지는 과정에서의 검증도, 빚을 진 이후의 책임도 없는 것이다. 작년 9월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역시 공기업 부채와 관련 기관의 무능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다.

공기업 개혁은 대통령 선거 때만 되면 빠짐없이 공약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수십 년째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공기업에서 경영 실적과 상관없이 연봉을 인상하고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사실은 공공연하다. 직접 취재해본 KBS의 경우, 지난 2021년 말을 기준으로 전체 임직원의 51.3%1억 원 이상의 고액 연봉을 받았다. 공기업의 생산성은 줄었지만 신규 채용은 끊이지 않는다. 지난 2017, 우리나라 주요 공기업 35개의 영업이익은 10조 원을 넘겼지만 지난 2022년에는 10조가 넘는 영업손실만이 남았다. 그럼에도 공기업 직원은 5년 동안 10% 증가했다.

인사 과정을 검증하고 낙하산 인사를 방지할 방법도 없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같은 당 출신의 사람이나 측근이 요직을 맡게 되는 보은성 인사가 끊이지 않는다. 적자가 조 단위를 넘어가도 시급하게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 작년 한 해 동안 한국전력의 적자는 30조 원을 넘었고 서울교통공사의 손실액은 1조 원을 넘었다.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전기세와 교통 요금을 유지하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은 없는 현실이다.

더 늦기 전에 보다 공격적인 개혁이 시급하다. 미국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정부와 공공기관 관계자의 직위, 보수, 경력을 상세히 명시한다. 통상적으로 개인의 신상과 평판은 개인정보이기에 공개할 수 없다고 처리해 온 우리나라와 달리 임명 과정부터 투명성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경영실적이 좋지 못한 공기업은 보다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담당하고 있는 공적 역할이 적자 금액보다 큰 경우에는 정부 정책과 연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경영 방식을 개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적 역할이 분명하지 않고 방만경영 등의 이유로 빚 자판기가 된 공기업은 민간 위탁이나 민영화 같은 본질적인 개혁까지 고려해야 한다.

공기업은 하나의 기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국가 정책에 큰 영향을 받고 국민들의 삶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준공공기관수준의 역할을 맡고 있다. 공기업의 방만경영과 부패를 결국 국민의 피해가 된다. 엄중하고 근본적인 개혁이 시급한 이유이다.

 

* 레고랜드 사태: 지난 2022년 9월, 강원도가 레고랜드 건설을 담당하는 강원중도개발공사의 회생을 신청해 금융시장의 혼란을 초래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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