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권 침해 vs 정당한 쟁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아래 연세대분회)가 피켓을 들고 백양로에 나선 지 2달이 지났다. <관련기사 18891닿지 않는 평행선, 올해도 시작된 노조와 학교의 갈등’> 그러나 노조와 학교의 갈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계속되는 시위로 인해 노조와 학생들은 마찰을 빚기도 했다.

 

▶▶ 지난 9일, 우리대학교 이동수(정외·20)씨는 연세대분회가 시위 중 소음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고소와 고발을 진행했다. 한편, 연세대분회는 고소·고발 사태 이후 피해에 유의하며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 지난 9일, 우리대학교 이동수(정외·20)씨는 연세대분회가 시위 중 소음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고소와 고발을 진행했다. 한편, 연세대분회는 고소·고발 사태 이후 피해에 유의하며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불법시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노조 시위 고발한 재학생

 

지난 9, 우리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동수(정외·20)씨는 연세대분회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시위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해 수업을 방해받고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더해 이씨는 미신고 집회였다는 점에서 연세대분회 시위를 고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소음을 유발하는 행위가 고소·고발의 원인이라며 연세대분회 시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진 않는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 A씨에 따르면 고소의 경우 업무방해죄가 성립되기 어려워 인정되지 않았지만, 미신고 집회에 대한 고발은 인정돼 경찰에 접수됐다.

학내 에브리타임에는 시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지배적이다. 시위를 경찰에 고발했다고 알리는 게시글에는 글쓴이 의견에 동조하는 댓글이 대다수를 이뤘다. 이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는 교내 시위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수합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었다. 비대위장 함형진(신학/행정·19)씨는 통행이 불편하다는 민원과 소음이 지나치다는 민원이 접수됐다총학 내부에서 회의를 진행하면서 향후 대책을 고민해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학교는 이전부터 시위로 발생하는 소음에 대해 우려해왔다. 총무처 총무팀 서기환 팀장은 교수의 연구와 학생들의 학습은 학교의 고유기능이라며 노동조합을 포함해 어느 누구도 이를 침해할 권리는 없다고 말했다.

 

재학생 고발에 연세대분회
피해주지 않게 노력 중

 

연세대분회는 설립 이후 처음 겪는 고소·고발 사태에 당황스러움을 표했다. 연세대분회 김현옥 분회장은 지난 202111월부터 학교와 임금협상을 꾸준히 해왔지만,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집회를 진행해 온 것이라며 “2008년 노조 설립 이후 처음 겪는 일이라 안타까운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2020년 대법원*은 집회 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협력업체 노동자가 근로를 제공하는 사업장 내에서 노조활동·쟁의행위를 하는 것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한 바 있다. 연세대분회는 해당 대법원 판례에 따라 신고하지 않고 집회를 진행해 왔다는 입장이다.

고소·고발 사태 이후 연세대분회는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더욱 노력 중이다. 집회의 앰프가 중앙도서관이 아닌 학생회관을 향하게 하고, 경찰이 지정한 소음 기준인 75db보다 낮은 65db에 맞춰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김 분회장은 집회 시 부분회장들이 중앙도서관과 백양관 등에 방문해 소음의 정도를 파악하고 있다시험기간에는 학생들의 학습에 방해되지 않도록 더욱 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분회는 현재 집회 장소인 학생회관 앞 역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정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학생회관 앞은 유동인구가 많지만 주변에 강의실이 밀집해 있지 않고, 공간이 넓어 통행 불편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연세대학교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연세대분회를 지지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연서명을 모으고 있다. 지난 272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공대위 연서명에 참여했고, 연서명을 첨부한 성명문이 총무처에 전달되기도 했다. 공대위 회원으로 활동 중인 김태형(사복·16)씨는 연세대분회 고소 건으로 우리대학교 모든 학생들이 집회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비칠까라는 걱정이 있었다분회의 투쟁을 지지하는 학생들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연서명을 모았다고 전했다.

공대위는 이번 고소·고발 사건이 노조와 시위에 대한 혐오의 정서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김씨는 집회는 건강한 민주 사회의 증표라며 이번 사건은 시위가 불편함만을 초래한다고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벌어졌다고 생각한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공대위 전 대표 양동민(경제·14)씨 역시 “‘시위가 평화로운 일상을 파괴한다는 캐치프레이즈가 우리 사회에 성행하는 것 같다정치적 의사표현에 귀 기울이는 것이 민주주의에 걸맞은 태도라고 주장했다. 공대위 측은 노동자를 동등한 학내 구성원으로 보지 않는 여론 역시 이번 고소·고발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학생들이 주축이 돼 집회를 주최했을 때도 시끄러운 것은 마찬가지라며 학생이 집회를 진행했어도 같은 반응일지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고소·고발 향방은 어떻게?
불법 집회 고발, 민사 소송도 진행 중

 

이씨의 고발은 집회 관행의 법적 정당성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동안 묵인돼온 학내 미신고 집회에 대해 처음으로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연세대분회에서 진행해온 미신고 집회가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이유는 학교라는 기관의 특수성 때문이었다. 학내 집회는 자율권을 보장한다는 명목 하에 학교 당국이 관리해왔다. 그러나 학교 측에 따르면 이러한 특수성은 학교 울타리 안에 있는 학생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에서 비롯된 것으로 노동자의 집회까지 포괄하지는 않는다.

연세대분회의 집회는 법률상 쟁의행위로 보기 어려워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아래 노동조합법)은 쟁의행위를 파업·태업·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A씨는 수사 결과가 명확히 나오지는 않았지만, 점심시간을 활용한 연세대분회 집회의 경우 노동조합법에서 정의하는 쟁의행위보다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아래 집시법)에서 정의하는 옥외집회에 가까워 보인다옥외집회의 경우 집시법 제6조에 따라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총 대학노조 연세대학교한국어학당지부(아래 한국어학당지부) 시위의 경우 집회신고를 꾸준히 해왔다.

이씨는 민사소송도 계획 중이다. 이씨는 에브리타임을 통해 소송에 참여할 학우들을 모았고 연세대불법시위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를 구성해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씨는 학우들을 모아 소장을 작성하려고 준비 중이며 다음 주 중으로 제출할 예정이라 전했다. 대책위는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아래 한변)의 지원을 받아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변 관계자는 현재 공익 사건으로 소송 의뢰가 접수된 것으로 알고 있다“30()에 내부 회의를 거쳐 소송 진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세대분회의 시위가 불법이라고 해서 그들의 쟁의권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쟁의권과 학습권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때다.

 

 

글 김민현 기자
bodo_artist@yonsei.ac.kr
최제환 기자
bodo_zanmang@yonsei.ac.kr
장호진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사진 고운선 기자
avakoboe@yonsei.ac.kr

 

* 관련 판례 번호: 대법원 2015도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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