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총무국장(국문·19)
이지훈 총무국장(국문·19)

일자로 쭉 뻗은 백양로엔 최근 만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평행선이 하나 더 생겼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노조와 학교의 대립이다. 최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와 학교 간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청소·경비 노동자 노조의 학생회관 앞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노조의 요구사항은 크게 임금인상과 샤워실 추가 설치 등의 노동환경 개선, 정년퇴직자 인원의 인력 충원이다. <관련기사 1889호 3면 ‘닿지 않는 평행선, 올해도 시작된 노조와 학교의 갈등’>

아직까지도 노조와 학교 모두 한 치의 물러섬이 없다. 이미 3차 쟁의조정까지 진행됐지만, 협상이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언제까지 평행선이 이어질지 쉽게 예상하기도 힘들다. 정작 이런 평행선에 충돌하는 건 학생들이다. 최근엔 한 학생이 학생회관 앞 청소·경비 노동자의 집회가 수업권을 침해한다며 업무방해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학교와 노동자의 갈등이 학생에게까지 번져가고 있다.

피해받는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야 한다. 이 때 당연히 서로의 의견을 관철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학교는 학교 나름의, 노조는 노조 나름의 사정이 있다. 일례로 학교는 노조 측의 노동환경 개선 요구에 대해 매년 고용노동부 심사를 통과할 정도로 휴게실이 갖춰져 있고 샤워실도 이미 존재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다만 우리신문사가 살펴본 휴게실 사정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건물별로 상이하긴 하나 많은 휴게실이 근무지에서 지나치게 멀거나 락스, 유리세정제 등이 보관돼 있어 휴식하기에 적절치 않았다.<관련기사 1859호 3면 ‘한숨 돌릴 곳도 없는 이들의 한숨’> 반면 코로나19로 학교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임의로 전출할 수 없는 적립금을 근거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도 상황 진척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노조의 요구사항은 예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매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서로 비슷한 갈등을 빚어오는 데 반해, 근본적인 대책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청소·경비 노동자의 문제뿐만이 아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세브란스지부와 민주노총 대학노조 연세대학교한국어학당지부도 각각 노조파괴규탄과 임금인상을 이유로 정문 앞 천막 농성과 강의 외 노동 거부라는 단체행동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14일 열린 창립 137주년 기념식에서 유경선 총동문회장은 ‘연세패밀리 정신’을 강조했다. 모두가 연세 구성원이라는 생각 아래 서로 자신의 선을 고수하기 보단 한 걸음 물러나서 평행선의 각도를 줄여보려는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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