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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돌릴 곳도 없는 이들의 한숨신촌캠 청소노동자 휴식 여건 실태를 알아보다
  • 김수영 조성해 홍예진 기자
  • 승인 2020.09.27 21:59
  • 호수 1859
  • 댓글 0

아무도 없는 새벽의 학교. 이들이 건물마다 불을 켜는 것으로 우리대학교의 하루는 시작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사태로 학생들이 자리를 비운 곳에 묵묵히 남아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청소노동자들은 제대로 쉴 공간도 보장받지 못한 채 일한다. 육체적으로 고된 일을 처리하는 청소노동자들에게는 업무 중 간간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나, 휴식 시간에 잠깐 눈이라도 붙일 수 있는 휴게 시설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제4공학관 청소노동자들은 담당 청소 구역 화장실에서 근무복으로 갈아입는다. 따로 탈의실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화장실은 그들에게 노동의 공간이자 노동 준비의 공간이다.


서서 쉬어가는 사람들

제4공학관 청소노동자들은 새벽 5시 30분부터 지하 1층 휴게실로 모인다. 출근 직후 근무복으로 갈아입는 그들은 각자가 담당하는 청소 층 화장실 한구석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휴게실은 있지만 탈의 공간이 마련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청소를 시작하는 시간은 아침 6시. 배정받은 층에서 모든 방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각 층마다 나오는 쓰레기는 100L 봉투 2~3개 분량이다. 이것을 버리는 것만 한참이다.

특히 근무자 A조가 담당하는 7~10층의 고층에는 교수실, 대학원생 연구실 등이 있어 코로나19로 학생들이 자리를 비운 지금도 청소 수요가 크게 줄지 않았다. 8층에서 만난 청소노동자 A씨는 “A조 인원들은 각자 한 층씩 청소하고 난 뒤 다같이 모여 10층 청소를 해결한다”고 말한다. 한 사람당 1개 층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그들이 쉴 수 있는 여건은 마땅치 않다. 물론 제4공학관 지하 1층 학생회 자치공간 옆에는 청소노동자 휴게실로 사용하는 공간이 있다. 그러나 청소노동자들이 이곳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작업공간에서 멀어 이동하는 데만 한참이 걸리기 때문이다. 제4공학관 6층에서 근무하는 청소노동자 B씨는 “잠깐이라도 앉아 쉴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노동자 역시 “청소하다가 기운이 없을 때 간식 하나 먹을 장소가 없다”며 “학생이나 교수들에게 안 좋게 보일까봐 화장실 구석에서 숨어서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서울시가 발표한 ‘청소근로환경시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작업공간에서 100m 이내에 거점별 휴게공간이 마련돼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제공한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 및 이용에 관한 가이드’에서도 각 층마다 휴게공간을 마련할 것을 권장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권장사항이기에 지켜지기 어렵다.

다른 건물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경영관 청소노동자들도 근무 중에는 마땅한 휴식 공간이 없어 빈 강의실에서 숨을 돌린다. 중앙도서관의 업무 강도는 청소노동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고 말한다. 1인당 1개 층을 담당해 청소하지만, 면적도 넓을뿐더러 빼곡하게 놓인 책장 탓에 청소 강도가 높기 때문이다. 중앙도서관 청소노동자 C씨는 “매일 새벽 화장실과 복도부터 시작해 내부 공간을 모두 청소한다”며 “청소량이 워낙 많아 잠깐 쉬기도 어렵다”고 말한다. 방학 중에 이뤄지는 대청소 기간에는 더 심각하다. C씨는 “대청소 기간에는 아침 휴식시간도 없이 일한다”고 말했다. 중앙도서관 지하 1층 구석에 마련된 휴게실을 사용하기에는 역시 이동 시간이 길어 근무 중 자투리 시간에는 사용하기 어렵다.

청소노동자 최순옥(66)씨는 “쉴 틈도 없다”고 말했다. 최씨는 제3공학관 2층 전체와 1층의 대강의실 2개를 맡아 청소하고 있다. 교수실 등 배정된 방이 많아 노동 강도는 높다. 그러나 그 어느 곳에도 최씨가 앉아 쉴 수 있는 의자 하나조차 없다. 학생들이 없어 근무가 비교적 쉬워졌다는 다른 건물들의 청소노동자들의 말과 달리 최씨는 “코로나19 이전과 비해 업무는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부생들은 자취를 감췄지만 여전히 대학원생들은 이곳에 남아 학업과 연구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씨는 “코로나19 때문에 학생들이 함부로 나다닐 수가 없는 상황이니 배달이나 포장 음식을 많이 먹는다”며 “먹고 난 쓰레기와 음식물 등으로 인해 해야 할 일은 더 늘어났다”고 말했다.


쪽방에 몸을 누이는 사람들


서울시 ‘청소근로환경시설 가이드라인’은 청소노동자 휴게실이 ▲휴게실·샤워실·세탁실 등을 복합적으로 구성 ▲1인당 5㎡ 내외의 공간 확보 등의 조건을 갖추고 있을 것을 권장한다. 다만 민간은 의무 적용 대상이 아니다. 총무처 총무팀 김현중 차장은 “꾸준히 휴게실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며 “정부에서 권장한 사항을 따라 시설처 등 관계 기관에 개선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대학교 청소노동자 휴게실의 질은 건물별로 천차만별이다.

▶▶제4공학관 청소노동자의 휴게실은 청소노동자 모두가 쉬기에 턱없이 작다.


중앙도서관과 백양관의 청소노동자들은 “휴게실은 잘 갖춰져 있다”고 말한다. 바닥 난방이 가능하고 에어컨 등을 이용해 여름 냉방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냉장고나 전자레인지, 싱크대 등 식사를 할 수 있는 간단한 여건도 갖춰져 있다. 그러나 제4공학관과 경영관의 경우 휴게실 여건이 비교적 좋지 않다. 제4공학관에서는 청소노동자 휴게실이 있기는 하지만 지하에 위치해 환기가 원활하지 않고 락스, 유리세정제 등의 약품 및 청소도구가 한 곳에 쌓여 있어 9명이나 되는 청소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쉬는 것은 불가능하다. 경영관 역시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휴게실과 샤워실에 청소물품이 쌓여 있어 사용이 불가했다. 물품을 치운 지금도 여성 청소노동자 10명 이상이 사용하는 휴게실은 짐이 가득 쌓여 있어 다함께 쉬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4공학관과 경영관 청소를 감독하는 총괄반장 양기섭씨는 “제4공학관과 경영관의 경우 1일 근무시간이 4시간 내외로 길지 않아 휴게실 사용 수요가 많지는 않다”며 “제4공학관 휴게실 환기 시설과 물품 보관을 위한 별도의 창고 마련에 대해 학교 측과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3공학관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가장 열악하다. 새벽 청소를 마치고 아침을 먹으러 가는 최씨는 청소노동자 휴게실로 가기 위해 지하 1층으로 내려가 주차장을 한참 가로질러 가야만 했다. 다시 업무로 복귀하려면 주차장을 나가 건물을 한 바퀴 돌아야 한다. 주차장에서 건물로 들어가는 출입문의 출입 권한이 청소노동자들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주차장 한구석에 마련된 최씨의 휴게실은 벽돌을 쌓아 가벽을 올린 간이 휴게실에 가까웠다. 나무로 된 얇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최씨와 다른 노동자 1명이 함께 쓰는 2평 남짓한 좁은 공간이 나온다. 이마저도 청소노동자들이 돈을 모아 직접 벽에 시트지를 붙이고 도배를 한 결과물이다. 최씨는 “주차장 옆에 있어 매연과 소음이 심각하다”며 “월요일 아침 출근을 하면 문틈으로 들어온 먼지가 바닥에 수북이 쌓여 있다”고 말했다. 창문도 없어 환기나 채광은 꿈도 꿀 수 없다. 단열조차 되지 않는 가벽은 겨울의 추위를 막아주지 못한다. 최씨에게는 올해도 겨울이 오고 있다.

▶▶제3공학관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주차장 한구석에 마련돼 있다. 가벽으로 쌓아 올린 휴게실은 주차장의 매연을 막기에 역부족이다.
▶▶제3공학관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노동자들이 사비로 시트지를 구매해 도배했다.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청소노동자들. 그들은 오늘도 화장실에서, 빈 강의실에서, 주차장 옆 쪽방에서 고된 노동의 피로를 조금이나마 달랜다.

글 김수영 기자
bodo_inssa@yonsei.ac.kr
조성해 기자
bodo_soohyang@yonsei.ac.kr

사진 홍예진 기자
yeppeujin@yonsei.ac.kr

김수영 조성해 홍예진 기자  bodo_inss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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