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품 정리 및 특수청소 업체 ‘에버그린’ 김현섭 대표를 만나다

한 사람의 생이 마무리되면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 유품 정리사와 특수청소부가 유품을 정리하고 장판과 벽지를 교체하면 고인의 흔적은 차츰 지워진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마주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이들은 고인의 자취를 지우고 마음에 기록하는 일이 보람차다고 한다. 유품 정리 및 특수청소 전문 업체 에버그린김현섭 대표를 만나 고독생과 고독사를 들여다봤다.

 

Q. 자기소개 부탁한다.
A. 유품 정리 및 특수청소 업체 에버그린김현섭 대표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삶의 마지막, ‘죽음을 배웅하고자 회사원 생활을 그만두고 에버그린을 창업했다. 에버그린은 유품 정리와 특수청소, 고인의 남은 유품을 소각하는 등의 일을 한다. 죽음의 현장을 일상으로 회복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Q. 유품 정리와 특수청소에 관해 설명 부탁한다.
A. 유품 정리와 특수청소는 사망 현장을 마주하고 고인의 마지막 짐을 정리하는 일이다. 그러나 둘의 역할은 다르다. 유품 정리는 자택이 아닌 외부에서 사망한 이들이 생전에 거주하던 공간을 정리하는 작업이고, 특수청소는 사망 흔적이 남은 거주공간 내부에서 별도로 진행하는 청소다.

 

Q. 유품 정리와 특수청소는 어떤 과정으로 이뤄지나.
A. 유족이나 고독사 현장의 부동산 소유주에게 연락이 오면 유품 정리와 특수청소를 시작한다. 먼저 현장을 방문하거나 사진을 통해 흔적의 유무와 정도를 확인한다. 이후 소독과 청소를 병행해 사망 흔적을 제거한다. 이때 실내의 모든 물품은 폐기되고, 장판과 벽지도 제거된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악취를 제거하면 모든 작업이 끝난다.

 

Q. 유품 정리와 특수청소를 하며 겪는 어려움이 있나.
A. 현장에 도착하면 고인이 사망한 지 상당 시간이 지난 경우가 많다. 시간이 흐른 뒤 유족이나 이웃 등에 의해 발견되기 때문이다. 보통 현장에 가득한 악취와 벌레 때문에 이웃이나 건물관계자가 민원을 제기한다. 주변 집도 소독과 탈취 작업을 요구하며 작업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런 민원은 유품을 정리하고 특수청소를 하며 마주하는 가장 큰 어려움이다. 이외 임차인인 유족과 임대인 사이에 청소 비용 부담 문제도 빈번히 발생해 종종 어려움을 겪는다.

 

Q. 다양한 형태의 죽음을 마주했을 것 같다.
A. 젊은 청년이 주식에 실패해 자살했던 현장, 사업실패로 금전적 어려움에 부닥친 남성이 목을 매 사망한 현장 등 많은 죽음을 마주했다. 젊은 여성의 곁에 부패한 반려견의 사체가 함께 발견됐던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유품 정리와 특수청소업을 하며 만난 죽음은 주로 가족이 없어 홀로 지내다 지병이나 자살로 사망해 발견되지 않은 죽음이었다. 실제 에버그린에 들어오는 의뢰 중 대략 40%는 고독사다.

 

Q. 현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고독사의 특징은 무엇인가.
A. 고독사 원인은 나이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2~30대의 경우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현장이 자주 발견되고, 4~50대는 지병의 악화로 사망한 현장이 많다. 고독사 현장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특징은 생전 타인과의 관계가 단절된 채 고인 홀로 생활했던 모습이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정리되지 않은 흔적이 많다. 쌓인 쓰레기와 정리되지 않아 방안에 널브러진 짐, 즉석식품과 배달 음식이 대표적이다.

 

Q.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달라졌나.
A. 사회적 단절은 고독사의 가장 큰 원인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사업실패, 직장에서의 실직, 이혼 등으로 청장년 1인 가구가 늘어나 고독사가 증가하는 상황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소통이 단절되고 경제적 어려움이 커졌고, 고독사는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증가했다.

 

Q. 지난 41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돼 법적 정의가 마련됐으나 여전히 고독사 정의를 두고 많은 의견이 오간다. 고독사에 대한 합의된 정의와 고독사 비율을 파악할 수 있는 공식 통계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A. 고독사에 대한 합의된 정의가 부재하고 고독사 비율을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독사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기는 어렵다. 일률적으로 사망 통계를 계산하면 라는 의문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죽음에 이르게 됐는지, ‘이 죽음을 막을 수 없었는지 알 수 없다. 결국 고독사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합의된 정의와 공식 통계가 필요하다.

 

Q. 현장에서 고독사뿐 아니라 쌓인 술병, 부패한 음식물 등 고독생(孤獨生)의 흔적을 접했을 것 같다.
A. 죽음의 현장에서 고독생을 목격하면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주변에 이렇듯 홀로 외로이 사신 분들이 많았구나란 생각이 든다. 과거와 비교해 우리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사회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그만큼 정신적 결핍도 커졌다. 고독사 이전의 고독생을 돌아보기 위해 관계 회복이 필요한 시점이다. 관계 회복은 고독생을 사는 이웃의 삶을 돌보는 일에서 시작한다. 어떤 형태든지 연락을 주고받으며 타인의 삶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Q. 고독생을 품기 위해 사회적으로는 어떤 변화가 이뤄져야 하나.
A. 고독생은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음을 분명히 인지하고, 제도·정책 부문에서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고독한 개인에게 집중해 고독생 현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전기나 수도 사용량을 확인해 거주자의 상태를 지속해서 파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A. 청년은 죽음이 멀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며 시기와 장소 또한 예고 없이 찾아온다. 일상을 살기 위해 청년 역시 죽음을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고독생을 이어가는 이들이 있다면 지금 처한 삶이 고되고 힘들어도 반드시 좋은 시간이 올 것이라 말해주고 싶다.

 

김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며 오늘은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던 친구와 가족에게 짧은 메시지라도 보내보는 것이 어떠냐고 말했다. 고독한 삶을 살아가고, 고독사의 문턱에 서 있는 이들은 어쩌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지 모른다. 작은 손길마저 결여된 우리 사회 속 고독을 마주한 수많은 이들에게, 따스한 포옹과 사회적 포용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글 원대한 기자 
wondaehan1@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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