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단절에서 비롯되는 고립사

지난 431, 서울 강남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죽은 지 사흘째 된 청년이 발견됐다. 그의 곁에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다섯 장씩 들어있는 파일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고립된 채로 막을 내린 이들의 죽음은 정치권과 언론에 의해 호명되기 시작했다.

 

고립된 이들의
외로운 죽음

 

지난 41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며 고독사(孤獨死)’ 정의가 법제화됐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고독사는 가족·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간이 흐른 뒤 발견되는 죽음이다. 이렇듯 법적 정의는 마련됐으나, 전문가마다 고독사를 조금씩 다르게 정의한다. 김진수 교수(사과대·사회보험)고인이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발견됐는지가 아닌, 얼마나 외로웠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독사는 반드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복지재단은 고독사를 정의할 때 혼자 살고 집에서 사망한 지 3일 이후 발견된 죽음은 고독사 확실, ‘혼자 살고 집에서 사망 후 발견된 경우를 고독사 위험으로 분류한다.

고독사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공식 통계는 부재하다. 오는 2022년 상반기부터 첫 공식 조사가 시행될 예정이지만, 지금은 무연고 사망자 통계를 토대로 고독사를 유추할 뿐이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12조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는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시신이다. 전문가들은 실제 고독사사망자 수를 무연고 사망자 통계로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무연고 사망자 통계는 홀로 숨진 뒤 유족에게 인수되는 고독사를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외로움과 관계 단절로부터 야기되는 자살은 고독사로 지정될 수 있는가를 저술한 부산가톨릭대 인성교육학부 이은영 교수는 실제 고독사 사망자 수는 무연고 사망자 통계의 5배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고독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328일 보건복지부가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에게 제출한 ‘2020년 무연고 시신 처리 현황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는 20161820201728201824472019253620202880명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로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교류가 줄어들며 고립 사각지대가 커진 탓이다. 코로나19 이전에 시행된 ‘2019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우울 위험군은 3.2%였다. 그러나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가 발표한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20212분기에 우울 위험군은 18.1%, 자살 생각 비율은 12.4%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16.7%심리적 어려움을 대처하는 데 도움 되는 사람이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2020년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만 20세부터 65세 이하 1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코로나19로 인한 건강 상태에서 응답자의 40.7%코로나 블루를 경험했다고 답했고, 이들 중 32.1%외출 및 모임 자제로 인한 사회적 고립감코로나 블루의 원인으로 꼽았다.

 

 

증가하는 고독사
맴도는 논의

 

고독사가 증가하는 가운데, ‘고독사에 접근하는 방식에는 큰 변화가 없다. 보통 고독사는 노인의 영역으로 여겨진다. 사회적 고립감과 노인의 이미지가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 고독사20206월 기준 388명으로, 전 연령의 42%를 차지했다. 김 교수는 대개 노인은 배우자가 없을 확률이 높고 가족이나 주변과의 소통이 적다상당수가 질병, 노화 등으로 인한 아픔과 고립을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노인 고독사를 해결하기 위한 지원책도 다수 마련됐다. 자치법규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노인 고독사예방을 위한 전국 지자체 조례는 176건에 달한다. 지자체 조례에 발맞춰 보건복지부는 노인 안부 확인 사업’, ‘독거노인 친구 만들기 사업등 노인 지원 사업을 추진했고, 이는 효과를 거뒀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사업에 참여한 노인의 우울감이 9.08점에서 7.51점으로, 고독감은 2.66점에서 2.54점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독사는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16년 서울시복지재단이 발표한 서울시 고독사 실태 파악 및 지원 방안 연구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고독사비율은 5035.8%, 4021%로 나타났다. 청년 고독사도 꾸준히 증가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실 조사 결과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에서 2~30대 무연고 사망사례는 201876, 201981, 2020100건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복지재단 송인주 연구위원은 3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고독사는 과거 노인 중심에서 중장년층을 지나 현재 청년층 사이에서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앞으로도 성별, 지역, 연령대마다 추이가 계속해서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고독사에 나이만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교수는 노인 위주 정책은 청장년층 고독사를 배제할 수 있다고독사를 노인만의 문제로 한정한다면 고독사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같은 연령층 내에서도 다각도로 접근해야 한다. 나이가 같더라도 개인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해외에서는 보통 노인을 바라볼 때 소득과 건강을 모두 갖추신 분, 하나만 갖추신 분, 아무것도 갖추지 않아 돌봄이 필요한 분, 총 세 그룹으로 나눈다고 설명했다.

 

외로운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차가운 시선아닌 따뜻한 손길

 

전문가들은 고독사에 대한 인식 변화 공공·민간 차원의 복지 정책 정비 고독생 직시 사회적 연결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먼저 고독사를 사회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시도는 용어를 바꾸며 시작된다.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를 지원하는 나눔과나눔김민석 팀장은 개인이 외롭게 산 것이 아닌 사회가 그 사람을 고립시켰다는 사실을 명확히 하기 위해 고독사 대신 고립사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고립사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공공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김 팀장은 고립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연구하지 않은 채 막연하게 고립사에 접근하는 것이 문제라며 우선 고립사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공식 통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영국에서는 통계청이 외로움 실태조사를 실시한 후, 이를 토대로 스포츠와 신체적 활동을 통해 외로움을 해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대책을 수립한다. 이때 민간 차원의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김 교수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공공부문은 체제를 갖추고 민간 부문은 자원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고립사 이전의 삶을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립사 이면에 존재하는 관계 단절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사회가 개인을 배제한 것이라며 고립사하는 개인은 소통과 관계의 단절을 경험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 역시 고립사의 원인은 관계의 단절과 소외에서 찾을 수 있다이로 인해 고립감이 내재한 삶은 고립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유품 정리사 김새별씨는 저서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에서 고립사가 의미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이라며 고립사란 얼마나 고독하게 죽었는지가 아닌 얼마나 고독하게 살았는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고립사가 고립된 삶의 연장선임을 인지할 때 사회적 연결망을 회복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된다. 양천구는 지난 2017년부터 50대 남성의 고립사 예방을 위해 나비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고립된 이들의 사회적 연결망을 회복하는 것이 나비남 프로젝트의 목표다. 프로젝트 참여자 나비남들은 단편영화, 뮤직비디오 등을 제작함으로써 사회에 활발히 재진입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의 기여도와 만족도를 경제, 사회, 심리, 건강상의 측면에서 조사한 결과 5점 만점에 평균 4점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김 교수는 고립된 이들과 소통해 사회적 관계가 회복될 때 고립사는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립사는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가 만들어낸 죽음이다. 그러나 증가하는 고립사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는 부진하다. 관계의 고립이 누군가의 죽음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삶을 지지하는 온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공영장례: 가족해체와 빈곤 등으로 장례를 치를 수 없는 무연고자 및 저소득층에게 공공 차원에서 제공하는 장례

 
글 원대한 기자
wondaehan1@yonsei.ac.kr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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