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에 ‘중독’된 것은 아닌지 의심해 봐야

대한민국에 주식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너도나도 증시 불장에 가세하는 추세에서 청년들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그 여파로 주식 중독 증세를 호소하는 청년들이 나타나고 있다. 장이 열리지 않는 주말에는 불안에 떨거나, 주식으로 인해 일상을 영위하기 어렵다면 한 번쯤 주식 중독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빚투? 영끌?
청년들의 위태로운 투자

 

주식투자 열풍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국민의 주식투자 참여가 전반적으로 늘어나면서 올해 1분기 하루 평균 증시거래대금은 333천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2.8% 증가한 수치다.

주식 열풍을 이끈 건 2030 세대다. 지난 2020한국경제6개 증권사 신규 주식 계좌 개설 현황을 분석한 결과 신규 고객의 57%2030 세대인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신문사에서 20209월 개최한 청년 주식투자 좌담회에서 김한범(언홍영/응통·16)씨는 “20201월 말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했다장학금을 예금 계좌에 넣어두기엔 이자율이 너무 낮아 주식에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18587‘“20대에게 주식투자는 유일하게 남은 사다리입니다”’>

그러나 주식투자에 몰두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투자 열기가 과열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신문사가 지난 3~7일 우리대학교 재학생 74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세인은 주식도 스마트하게?’ 설문조사(아래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7.42%현재 청년들의 주식투자가 과열됐다고 답했다. 숙명여대 경제학부 신세돈 교수는 모든 2030 세대가 비정상적인 주식투자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청년들의 주식투자가 과열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주식투자가 과열된 배경에는 사회·경제적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청년들 사이에는 단순히 허리띠를 졸라서 돈을 모으는 것만으로는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의 주식투자가 과열됐다고 답한 응답자의 41.14%가 주식투자가 과열된 원인이 근로소득으로는 돈을 모으기 어려울 것 같아서라고 답했으며, 18.40%경제가 불안정해서라고 답했다. 김정식 명예교수(우리대학교·경제학)청년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최근 주택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청년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이러한 불안심리로 주식투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경제 경험이 적은 청년들이 위태로운 투자에 나선다는 점이다. 특히 무리하게 대출을 받거나 돈을 빌려 투자하는 빚투현상은 큰 위험 요소다. ‘빚투는 레버리지* 투자 방식으로, 투자수익률이 가격변동률의 몇 배로 증가하는 한편 리스크도 동시에 커져 양날의 검으로 불린다. 신 교수는 빚을 내면서까지 개인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투자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신한은행이 전국 만 20~64세 경제활동자 1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2021’에 따르면 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한 응답자의 비율은 40대가 14.8%, 50대는 13.2%였다. 이에 반해 20대는 15.6%, 30대는 17.4%로 경제 경험이 비교적 적은 20·30대가 오히려 40·50대보다 빚투경향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상당수가 충분한 정보도 없이 투자에 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식투자를 해본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6.34%만이 스스로 충분한 금융 정보를 가지고 투자에 임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라고 답했으며, 22.58%그렇다라고 답했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선임연구위원은 충분한 정보나 준비 없이 주식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투기에 가깝다투기는 거의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주식 열풍 속 주식투자에 참여한 청년 중 일부는 ▲빚투 ▲불충분한 정보 및 학습 등 위험한 투자를 하고 있다. 또 투자를 중단하면 ▲불안, 불면 등의 심리적 증상 ▲두통과 같은 신체적 증상을 보이는 등 주식에 중독된 청년들도 나타나고 있다.
▶▶주식 열풍 속 주식투자에 참여한 청년 중 일부는 ▲빚투 ▲불충분한 정보 및 학습 등 위험한 투자를 하고 있다. 또 투자를 중단하면 ▲불안, 불면 등의 심리적 증상 ▲두통과 같은 신체적 증상을 보이는 등 주식에 중독된 청년들도 나타나고 있다.

 

주식 중독도 질병
도박 중독과 유사해

 

이처럼 선을 넘나드는 위험한 투자를 계속하는 가운데 주식 중독증세를 보이는 청년들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주식 관련 내담자 수는 1732명으로 2019년 대비 약 72%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20대 내담자는 236명으로 2019년에 비해 223%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이홍식 원장은 모든 연령대 중 20대 내담자의 증가 폭이 가장 크다올해도 주식 과몰입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상담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 중독에 걸린 사람들은 도박 중독과 비슷한 증세를 보인다. 돈을 벌고 잃는 것이 가시적으로 확인되는 만큼 도박처럼 뇌에 즉각적인 보상과 강력한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지난 1990년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과다한 도파민 분비로 욕구 조절과 의사 결정의 어려움 등 뇌 기능에 문제를 가져오는 도박 중독을 질병이라고 규정했다. 알코올 중독과 같은 물질 중독뿐만 아니라 도박 중독과 같은 행위 중독도 질병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도박 중독과 주식 중독은 사행성, 고위험 고수익 추구, 결과의 예측 불가능성, 일상생활의 어려움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주식 중독에 빠진 사람에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은 의존, 금단과 같은 현상이다. 이는 중독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큰 기준이 되기도 한다.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 박종석 원장이 머니투데이에 제시한 주식 중독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아래 체크리스트)에 따르면 손실 금액을 만회하기 위해 주식투자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것은 대표적인 주식 중독 증상 중 하나다. 임 교수는 주식투자를 중단했을 때 불안, 불면 등의 심리적 증상과 두통과 같은 신체적 증상이 나타난다면 주식 중독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심각해질 경우 뇌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주식 중독은 개인의 일상과 사회생활까지 영향을 미친다. 무리하게 투자한 탓에 하루 대부분을 주식에 허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체크리스트에 따르면 주식 중독에 빠진 사람은 월요일 주식 시장이 어떻게 될지 불안해 주말에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학비, 생활비, 대출 상환금 등 꼭 필요한 돈으로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등의 문제를 겪을 수 있다. 황 연구위원은 주식에 중독되면 학업이나 직장생활 등 본업에 집중하지 못한다장기적으로는 개인의 직업 활동이나 소득 창출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랑비에 옷 젖듯
주식에 젖는다

 

주식 중독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지만, 중독자는 스스로 그 위험성을 자각하기 어렵다. 불법적인 마약이나 도박과 달리 주식은 합법적 투자인 만큼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고, 합리화도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큰 피해를 볼 때까지 적절한 관리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 원장은 많은 사람이 아직 주식을 투자의 한 종류쯤으로만 인식한다주식 과몰입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주식 중독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선 주변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주식 중독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 일상생활과 단절되거나 사회 활동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주식투자를 위해 돈을 빌리거나 주변인에게 거짓말하는 등 주식으로 인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주식 중독을 의심해야 한다주식 중독은 개인의 의지로 해결하기 어려워 주변인들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주식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선 혼자가 아니라 주변의 친구나 가족들과 소통하며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주식 중독의 가능성을 처음부터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안목을 갖추고 투자 철학을 세운 후 투자에 임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단기적으로 주식에 접근할 경우 당장의 수익률에 일희일비하게 되며, 손실 금액을 메우기 위해 고위험 종목에 투자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황 연구위원은 주식은 본래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에 투자하는 것이지만 오늘내일의 주가만 바라보는 단기 투자자들은 도박하듯 주식에 접근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 역시 주식은 기본적으로 장기 투자라며 청년들이 주식투자의 기회를 넓히는 것은 좋지만 단기적인 생활 수단 및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충분한 학습도 선행돼야 한다. 무턱대고 주식을 권장하는 분위기에 편승하기보단 철저한 사전 준비 후 주식투자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식투자를 하는 우리대학교 재학생 정모씨는 분위기에 휩쓸려 주식을 시작한 탓에 처음엔 현실감각이 부족했다공부 없이 시작하다 보니 내 선택에 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투자를 단순히 재테크로만 생각하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황 연구위원은 주식도 공부처럼 절대적으로 학습이 필요하다사전에 충분히 준비해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식은 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경제적 위험이 수반될 수 있는 만큼 충분한 공부가 선행돼야 한다. 올바른 투자를 통해 미래를 차근차근 준비하기 위해선 재테크 방법을 배우는 것도 좋지만 지나친 과몰입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레버리지: ‘지렛대라는 뜻으로, 타인의 자본을 지렛대처럼 이용해 자기 자본의 이익률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글 김예서 기자
kimyeseo1@yonsei.ac.kr

정효원 기자
remiwon@yonsei.ac.kr

사진 노민지 기자
roe0920@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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