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지후 매거진부장(정경경제·19)
변지후 매거진부장(정경경제·19)

 

청년의 범주, 
그 정의의 범람

 

한글 프로그램을 열고 오른쪽 여백 11.3을 맞춘 뒤,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리는 일이 제법 낯설다. 십계명을 쓰기 위해, 그리고 지난 4학기의 춘추 생활을 돌아보며 그간 내 이름을 달고 나온 기사들을 찬찬히 읽어봤다. 청년 독자층을 상정하며 ‘대학사회와 청년’이라는 정체성을 달고 새로 태어난 『The Y』는 청년의, 청년에 의한, 청년을 위한 매체였다. 정체성을 그대로 살린 커버스토리부터 MZ세대들의 트렌드를 알아보는 MZ돋보기까지. 다각도로 청년의 이야기를 담고자 고군분투했다. 여러 취재원, 다양한 이야기들을 쫓아 경청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취재를 거듭하고 학기가 오를수록 내가 내린 ‘청년’의 범주는 넓어져 갔다. 그래서인지 ‘청년’을 한 단어로 정의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우리가 만나온 청년들의 스펙트럼을 생각하면 당연한 말이다. 학력, 성별, 자라온 환경 등 한 사람의 청년을 구성하는 요소 또한 다양하기 때문이다. 
 

구분 지어 분류하기
 

“너 MBTI 뭐야?” 요즘 청년들은 서로의 MBTI에 관한 물음으로 대화의 물꼬를 튼다. 나 또한 그렇다. MBTI는 16가지 유형으로 성격을 분류화한 만큼 사람을 빠르게 파악하기 쉽다. 어찌 보면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대화 속 어색함을 지우기 위한 수단으로 이것만 한 것도 없다. 하지만 쉽고 빠르게 상대를 파악한다는 장점의 이면 속 문제는 분류화다. 재료나 상태 따위를 분류하는 일은 작업의 효율성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그 분류의 대상이 사람으로 한정될 때 문제가 발생한다.

MBTI 외에도 분류화는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성별·인종·연령·직업 간의 분류는 더 나아가 꼬리의 꼬리를 물고 더 작은 분류를 낳는다. 규격화된 틀 안에 각자를, 서로를 욱여넣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차별과 혐오, 갈등이 언제나 도사리는 구조가 된다. 

구분 짓는 행위는 내가 다수에 속해 있다고 느낄 때 가능하다. 소수자, 약자가 되지 않을 거라는 한때의 확신은 얄팍하며, 비겁하다. 구분으로 인해 드리워지는 차별의 그림자는 어떤 범주로 당신에게 찾아올지 모른다. 

최근 유튜브를 통해 2년 전 방영했던 TV 프로그램 『알쓸신잡』을 다시 보게 됐다. 도시의 발전과 동성애자 거주 비율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3T이론(Tolerance, Talent, Technology)과 게이 지수*로 설명했다. ‘포용력’이 높은 사회일수록, ‘재능’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기술’ 혁신을 이룬다는 의미다. 타자에 대한 이해는 공존의 미학을 연다. 청년에 대한 단일한 해석과 우리 사회를 촘촘하게 범주화시키기보다는 다양성과 공존이 필요한 때다.

 

*게이 지수(Gay Index): 어떤 지역이 게이에게 얼마나 친화적인지를 -16에서 10까지 수치화한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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