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각국은 자국 내 방역뿐 아니라 해외로부터의 바이러스 유입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년여 동안 해외입국자 격리 등을 시행해 사람들의 국가 간 이동을 매우 제한해왔다. 

최근 백신 접종률이 높거나 방역이 우수한 국가들끼리 좀 더 자유로운 여행을 허가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EU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외국 관광객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질랜드와 호주는 상호 간에 의무격리 없이 오고 갈 수 있는 ‘트래블 버블’을 도입했고, 싱가포르와 홍콩도 이 협정을 체결했다. 우리나라도 백신 여권 도입과 트래블 버블 시행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협정을 맺은 국가들끼리라도 관광을 재개해 하루빨리 경기를 회복하기 위한 시도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구촌 사람들에게 ‘트래블 버블’ 같은 달콤한 소식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소수의 백신 강대국들은 자국민의 수보다 훨씬 많은 백신을 확보해 빠르게 접종률을 높여 일상을 회복하는 반면 많은 국가에서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의 백신 접종은 아직 요원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는 평등하지만 이를 예방할 백신 불평등은 극심한 실정이다. 코로나19는 계속 변이가 발생하고 있고, 따라서 완전 종식을 위해서는 전 세계인의 집단면역이 필수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국가 간의 백신 접종 격차에 대해 경고했고,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백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코로나19 백신의 지적재산권 유예를 지지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몇몇 국가들끼리의 해법에 그치고 있는 트래블 버블 등을 논의하기 전에 전 세계적인 백신 평등을 먼저 이뤄야 한다. 코로나19 재유행국들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국가들만이 참여할 수 있는 백신 블록을 형성하는 것은 코로나19의 종식을 더디게 만들 수 있다. 백신 선진국들은 단순히 자국만을 위한 구제책을 강구하기보다 세계가 함께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도록 백신 공급을 넓히려는 노력을 우선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일부 국가들의 백신 독점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적극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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