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경비 도입 후 7년, 「연세춘추」의 현재

양하림 총무국장 (정외/경제·18)

2013년 3월 11일, 1면을 백지로 한 호외가 발간됐다. 학교의 갑작스러운 ‘연세춘추비 선택납부제 전환’ 통보에 따른 대응이었다. 「연세춘추」 및  『연세애널스』는 입장문을 통해 대학언론이 유례없는 운영난으로 존폐위기에 처했음을 호소했지만, 자율경비 논의 과정에 학생 기자의 의견이 반영될 기회는 없었다. 턱없이 부족한 2013학년도의 예산은 이듬해 바로 적자로 이어졌다.

7년이 흘렀다. 자율경비에 대한 갑론을박이 치열했던 그해의 열기는 식어 잊혀 가지만, 「연세춘추」의 재정난은 현재진행형이다. 선택납부제로 전환한 첫 학기, 14%에 불과했던 연세춘추비 납부율은 근 3년간 1학기 4~5%, 2학기 1~2%만을 유지하고 있다. 1996년부터 16년간 동결됐던 연세춘추비 5천900원은 선택납부제 전환 당시 6천700원으로 인상된 후 다시 7년째 동결돼 있다. 이를 우리신문사와 『연세애널스』가 배분해 사용한다. 물가상승에 따른 지출액 증가를 차치하더라도, 두 신문사를 운영하기에는 빠듯한 비용이다.

주요 대학 신문사의 경우 학교가 지원하는 교비로 전액 운영되지만, 우리신문사는 운영 예산 상당액을 연세춘추비와 광고 수익으로 운영하고 있다. 운영비에는 취재활동비 외에도 인쇄비와 직원급여, 심지어 교내 건물 사용에 따른 임차료와 전기료·전화료·수도세 등이 모두 포함된다. 수익을 능가하는 비용을 독립적으로 충당하고, ‘경영을 효율화’해 재정난을 책임지라는 요구에 따라 그간 우리신문사는 꾸준히 자구책을 모색했다. 정기구독과 후원계좌를 열고, 서대문구와 연계한 사업을 진행했으며, 뉴스레터, SNS 홍보 등을 통해 「연세춘추」를 알리고 자율경비 납부를 호소했다. 결과는 안타깝다. 일련의 노력은 호평을 불러왔으나, 유의미한 수익으로 창출되지는 못했다.

어쩌면 우리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었을지도 모른다. 낮은 연세춘추비 납부율은 예측 가능한 결과였다. 대학신문이라는 공공재는 비용을 따로 내지 않아도 학내 구성원이면 누구나 그 혜택에 접근할 수 있는 ‘비배제성’을 전제한다. 여기에 시대의 흐름에 따라 빠르게 변하는 미디어 환경과 학내 사안에서 멀어진 학생들의 관심 역시 영향을 주었으리라. 우리가 내부적으로 더욱 변화를 꾀했어야 한다는 통렬한 자아성찰도 했다. 그럼에도 학업과 취재를 병행하는 와중에 사비로 부족한 취재·교통비를 충당하는 기자들을 보며, 과연 취재와 운영을 넘어 예산의 부담까지 학생 기자가 떠안는 것이 마땅한지 의문이 든 것은 사실이다. 그와 함께 지난 7년간 학교가 보여준 행적에 짙은 아쉬움이 남는다.

‘학내 언론 기관’의 특성상 학보사는 학생 기자가 기사를 쓰지만, 총장이 이를 발행한다는 구조적 문제를 내포한다. 더군다나 학교에서 재정을 지원하는 여러 학보사의 경우 편집권 침해 사례도 잦다. 편집권과 재정 사이의 딜레마다. 「연세춘추」의 재정 독립은 분명 학교의 재정적 영향에서 벗어나 독립된 언론 기관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학생언론의 편집권 보장으로 나아가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과연 작금의 「연세춘추」가 독립된 재정 만큼 학교의 영향에서 벗어나 있는가? 2년 반 동안 우리신문사에 몸담으며 느낀 바로는 그렇지 않다. 여전히 편집과정의 마지막 단계에는 주간 교수가 존재하고, 학생 기자들은 조금이나마 학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연유로 학교와 우리는 때때로 편집권에 관한 갈등을 겪기도 했다. 재정 독립이 결정되는 과정에 당사자인 「연세춘추」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그 후 7년간 재정과 편집권에 관해 학교와 논의해볼 수 있는 장 역시 마련되지 않았다. 그 결과 “알아서 해결하라”는 학교의 ‘나몰라라’식 태도에 「연세춘추」는 재정난을 겪으면서도, 완연히 독립된 편집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7년이 흐른 지금,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연세대에 「연세춘추」라는 존재는 무엇인가. 또 우리신문사는 재정난과 불완전한 편집권 속에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 분명한 것은 변화가 필요하다. 지속 가능한 재정 안정성을 기반으로 「연세춘추」를 비롯한 학내 자치 기구들이 독립적으로 설 수 있도록 충분한 논의와 고민의 장이 만들어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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