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현 보도부장 (인예철학/사회·19)

보도부장 첫인상

보도부장으로서 겪은 첫 단독 제작 주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왜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터지는지... 그래도 덕분에 많이 배웠다.

시즌2 마지막 주차는 부장과 기자 일을 동시에 수행해야 했다. 처음 하는 업무인 데다 처음 겪는 일도 많았다. 취재를 거절당했고, 일면도 없던 취재원으로부터 우리신문사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도 들었다. 한번 자리 잡은 인식을 무슨 수로 바꿀 수 있겠느냐마는 독자와의 신뢰를 쌓아야 할 것 같았다.

부장으로서 처음 사과도 했다. 동료 기자에게 학생대표자 정기 회의에 우리가 참석해도 괜찮을지 알아보라고 한 게 화근이었다. 학생대표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우리 기자가 무례했다며 당혹스러움을 표출했다. 기자가 취재 차 참석 의사를 통보식으로 전한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기자에게 어디까지 알려줘야 하는지 자문하는 동시에, 기자에게 더 설명하지 않고 학생대표자에게 직접 연락하지 않은 내 탓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자신 없는 기사를 고르라면 이즈음에 쓴 기사를 고른다. 기자 크레딧을 걸고 작성한 마지막 기사라지만 시간과 고민을 가장 적게 들였기 때문이다. 보통 마지막 기사라면 열과 성을 쏟을 텐데. 보도 목적이 아닌 신문 발행을 위해 내놓은 기사였다. 그리고 따라오는 건 비판이었다. 누구보다 쉽게 썼음을 잘 알았고 자책했다. 독자는 안다. 정식으로 부장이 되는 다음 학기엔 더 좋은 기사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던 순간이다.

만 번은 흔들려야 동인이 된다는데

‘일’에만 열중했음을 후회한다. 어떤 기사를 내야 할지 고민했지만, 정작 부서에는 신경을 못 썼다. 기자에게 취재 상황을 물어도 기자 상황은 묻지 않았던 걸 보면.

부기자가 나가겠다고 했다. 붙잡을 새도 없이 입장은 단호했다. 그간 기자 생활에 열심히 임해준 기자였고, 이런 말을 전할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기자가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지 모른 채 일만 시키고 있었다. 비대면 제작 때문에 소통하기 어려웠다는 것은 핑계가 되지 못한다.

일이 벌어지고 나서야 다른 기자들의 안부를 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정기자로부터 쉬어야겠다는 연락이 왔다. 힘들어도 책임감으로 버텼고 걱정할까봐 미리 얘기하지 못했다고 했다. 고마웠다. 그리고 또다시 ‘듣지 못하는’ 부장이었음에 미안했다. 네 명이 함께 꾸리던 보도 면을 남은 기자 두 명과 채워야 했던 것은 내 책임이었다. 안 그래도 지쳤을 텐데 일을 가중한 셈이다.

감정은 포기할 수 없어도 숨길 순 있다. 부장의 선택이 최고만은 아니겠지만 최선이라고 했다. 이런저런 상황으로 머릿속은 요동치는데 남은 정기자는 나를 의지한다고 말하더라.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됐다. 남은 부기자가 기사를 써도 달라지는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을 땐 네가 달라진다고 답했다. “그니까 일단 하자”, “하면 된다”고 얘기했다. 그렇게 믿고 따라와 준 기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보도부장 김소현을 싫어해도 인간 김소현은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은 기자들에게 있어 요구가 됐지만, 그것이 부서를 책임지는 나름의 방법이었다.

만 번은 흔들려야 동인이 된다는데…. 이제야 말하지만 수없이 흔들렸다. 그럼에도 부족하다면 더 흔들려 보겠다. 연세춘추의 동인이 되는 그날까지.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