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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도전에 마침표는 없다‘대한민국 쇼트트랙의 중심’ 최민정 선수를 만나다
  • 정여현 기자, 김서하 정영은 정희원 수습기자
  • 승인 2020.06.01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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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뜨거웠던 그때를 기억하는가. 당시 우리나라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은 총 여섯 개의 메달로 전 세계 대표팀 중 당당히 1위에 올라 국민들을 열광케 했다. 그 중심엔 최민정 선수(스포츠응용·17)가 있었다. 수상경력만 여섯 페이지가 넘는 세계 1위의 쇼트트랙 선수지만, 우리대학교에 다니는 평범한 대학생이기도 한 최민정 선수를 만났다.

소녀가 왕위에 오르기까지

최 선수는 지난 2015년 3월 모스크바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시니어 데뷔 무대를 가진 후 6년째 선수 생활 중이다. 그는 각종 세계대회에서 상을 휩쓸며 ‘쇼트트랙 여제’로 등극했다. 최 선수는 2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쇼트트랙 세계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스스로가 “스케이트를 잘 탄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며 “항상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실력이 좋아져도 유지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꾸준히 노력하고 강도 높은 훈련도 거뜬히 소화해낸다. 그 결과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얻게 되면 최 선수는 빵이나 디저트류 등 먹고 싶었던 음식을 마음껏 먹고 스스로를 위한 작은 선물을 사기도 한다.

최 선수는 전설로 남은 경기 영상을 수없이 만들어냈다. 특히 지난 2018년 평창올림픽 계주 경기에서 팀원이 넘어져 4위로 뒤처진 상황이었음에도 최 선수는 바로 바통을 이어받아 역주해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본인의 경기 영상을 자주 보냐는 질문에, 최 선수는 “비시즌 때 자주 보지는 않고, 시즌 때 시합 감각을 올리려고 한 번씩 본다”며 “어떤 상황에 놓여있느냐에 따라 경기 영상을 볼 때의 감정이 바뀐다”고 답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2020 ISU 쇼트트랙 4대륙 선수권 대회에서 최 선수는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여자 500m, 1천m, 1천500m, 3천m 계주, 3천m 슈퍼파이널 모두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이다. 그간 부상으로 부진했던 최 선수는 이 대회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미 종합우승이 확정된 상태에서 3천m 슈퍼파이널만 남은 상황이었다. 전 종목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염두에 두고 경기를 펼친 최 선수는 다른 선수들과 두 바퀴 차이를 내며 여유롭게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 대회를 위해 그는 대표팀 훈련과 개인 훈련을 병행하며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었다. 결과까지 만족스럽게 나오자 최 선수는 스스로에게 믿음을 더 가지게 됐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최 선수의 선수 생활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7년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대회는 아직까지도 최 선수의 마음 한켠에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당시 그는 그 누구보다도 세계선수권 대회를 열심히 준비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무조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는 그의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최 선수는 500m와 1천m 경기에서 잇달아 실격 판정을 받았고, 1천500m 결승 경기에서는 열세바퀴 반 중 여덟 바퀴를 남기고 넘어져 순위권 안에 들지 못했다. 결국 개인 종합 6위로 해당 대회를 마무리하게 된 최 선수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직행 티켓을 놓쳤다. 눈앞이 캄캄해지는 순간이었다. 말로만 듣던 ‘슬럼프’가 최 선수에게도 찾아오게 됐다.

그러나 최 선수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대회 준비 과정에 있어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변화와 성장의 계기로 삼고자 했다. 최 선수는 “훈련만 열심히 한다고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음을 깨달았다”며 “기량을 올리기 위한 노력 이외에도 본인이 더 준비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마인드 컨트롤’의 중요성을 느낀 것이다. 심리적인 압박과 긴장감이 본인의 결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음을 깨달은 최 선수는 그날 이후 선수로서의 마인드 컨트롤에 많은 노력을 했다.

최 선수는 결과와 상관없이 ‘과정’에 집중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즉 누군가를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스스로’에게 더 관심을 쏟는 것이다. 최 선수는 자신이 신체 조건에서 불리함을 느끼는 부분을 자신만의 기술과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극복한다. 특히 체구가 작아 인코스로 추월할 때 몸싸움에서 밀리기 일쑤였던 그는 과감하게 아웃코스 추월을 택했다. 바깥쪽으로 추월할 경우 상대 선수와의 충돌 위험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깥쪽으로 몸이 쏠리는 원심력을 이겨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최 선수는 훈련을 통해 체력을 키워 이를 극복했다. 결과적으로 아웃코스 추월은 최 선수를 대표하는 기술로 자리 잡았다.

또한 최 선수는 심리적 부담감이나 압박감이 커질 때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 자체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최 선수가 가장 애용하는 멘탈 관리법은 독서다. 요즘은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는 인도 이솝 우화를 읽고 있다. 이 책은 여러 단편 우화들이 실려 있어 부담 없이 읽기 좋다. 최 선수는 “가벼운 독서를 통해 긴장되는 상황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며 독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처럼 최 선수는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하나하나 채워나가기 위해 노력했고, 이러한 일련의 노력이 지금의 최 선수를 만들었다.

왕관은 잠시 내려두고

최 선수는 우리대학교 내에서 평범한 학생으로의 삶을 살아간다. 지금은 여느 학생들과 다름없이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서 과제를 하고 있다. 최 선수는 “과제가 너무 많아 상황이 심각하다”며 여느 학생들과 다름없는 반응을 보였다. 최 선수는 학기 중에 학업과 선수촌 생활을 병행한다. 그렇기에 시간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되지만, 최 선수는 우리대학교를 “운동선수 말고 또 다른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곳”이라고 이야기했다.

최 선수는 수업에도 열심히 참여한다. 그는 수강 중인 ‘이벤트 진행 및 기획’ 수업에서 체육 비전공자 학생들에게 스포츠를 알려주는 행사 실습을 진행했다. 최 선수는 자신의 종목인 쇼트트랙을 담당했다. 최 선수는 “지상에서 하는 쇼트트랙 훈련을 학생들에게 알려줬는데 다들 잘 따라 해줘서 감사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최 선수는 바쁜 선수생활 탓에 아쉽게도 MT나 학과 행사에는 참여하지 못한다. 하지만 “아카라카와 연고전에는 참여해본 경험이 있다”며 “응원문화가 멋있고 재밌었다”고 말했다. 최 선수는 고등학생 때부터 합숙 훈련을 해 학창시절의 추억이 별로 없다. 그렇기에 그는 우리대학교에서의 경험은 더욱 특별하다. 학교생활 에피소드를 묻는 질문에 최 선수는 앞자리 학생에게 커피를 쏟았던 일화를 언급했다. 그는 “그분이 팬이라며 괜찮다고 하셨는데 아직도 너무 죄송하다”며 “연세춘추를 통해 꼭 사과의 말을 다시 한번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으로서의 최민정은 그저 평범한 또래 학생이었다. 여느 대학생들처럼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한다. 빙판 위에서의 모습과 대비되는 일상 속 최 선수의 이야기는 그를 더욱 특별해 보이게 만들었다. 최 선수는 우리대학교 학생들에게 “학우들의 도움으로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다”며 “항상 고맙고 다 같이 발전해서 더욱 성공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쇼트트랙 여제’, ‘세계 1위’, ‘괴물’, ‘얼음 공주’ 등 최 선수를 수식할 수 있는 단어는 무수히 많다. 하지만 ‘최민정’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이 모든 것이 설명될 수 있도록 그는 자신의 커리어를 하나씩 쌓아나갔다. ‘개인전 금메달’이라는 목표는 이미 이룬지 오래지만, 최민정 선수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제부터는 성적에 대한 목표보다, 스스로를 넘어서는 연습을 계속하고 있다. 지금도 시즌이 언제 다시 시작될지 모르는 불확실함 속에서 확실한 준비를 위해 몸을 만들고 있다. 최 선수의 다음 목표는 2022년 베이징 올림픽이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그의 금빛 질주가 계속되길 기대해 본다.

글 김서하 수습기자
정영은 수습기자
정희원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사진 정여현 기자
jadeyjung@yonsei.ac.kr

정여현 기자, 김서하 정영은 정희원 수습기자  jadeyju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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