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에 촉발된 이용수 위안부 할머니의 수요 집회 불참과 윤미향 비례대표 당선자에 대한 비판이 한국사회에 일파만파를 일으키고 있다. 처음 여론의 칼날은 위안부 문제를 계속 제기하며 일본 정부의 사죄와 책임 규명에 나섰던 정의기억연대의 회계 불투명성 비판과 윤미향 개인의 비리 혐의로 파고들었다. 곧이어 나눔의 집 비리에 대한 내부 고발로 인해 위안부 관련 협력 단체와 참가 활동가, 관련 교수에게도 비난의 화살을 보내고 있다. 

지난 30년간 일제 침략전쟁의 희생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용감한 자기 고백은 그동안 가려져왔던 일제의 비인도적 만행을 깨우쳐주고 한일 과거사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하였다. 지금까지 이러한 운동은 특정 이해집단의 이해에 좌우된 것이 아닌 자발적인 시민운동으로 평화나비를 비롯해 새 세대의 참여도 이끌어냈고, 1440회에 걸친 수요 집회를 지속하는 동력이 돼왔다. 나아가 이들 단체와 참가자들의 용기 있는 행동은 단지 반일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시민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이런 운동의 궤적과 의미를 생각지 않고 치부만 쫓아가는 황색저널리즘이나 반일종족주의라고 비난하는 친일미화 세력의 매저키즘적 행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다만 정의연대 대표가 공개 사과를 하면서도 회계감사를 거부했거니와, 원로 여성 시민운동가들의 호소문에도 불구하고 이제 스스로 자정과 해결을 기다리기란 어려워졌다. 그동안 자발적인 시민모금을 통한 건전한 재정 확보가 어렵다 보니 매년 정부 출연 돈줄로 매달려왔고, 불투명하게 운영됐던 문제였으므로 한꺼번에 해결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이 문제를 시민사회단체의 양심과 도덕성을 망각시키는 블랙홀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이제 시민운동의 첫 출발점으로 돌아가서 위안부 문제 진상규명과 법적 배상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현 일본정부와 우익들의 무책임한 역사의식을 교정하기 위해서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야 한다. 시민의 참여와 민주주의적 의사결정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듯이, 시민단체의 활동과 회계 투명성은 고갱이가 아닐 수 없다. 정의기억연대만이 아니라 다른 시민사회 단체의 투명한 회계와 합리적인 의사결정과정도 살펴야 한다. 그래야만 시민사회운동의 대열에 기꺼이 동참하려고 하는 학생·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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