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확진 환자 160만 명, 사망자는 10만 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이 시간에도 진행형이다. 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은 국가의 위기관리 체제와 시민의식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사회적 거리 두기, 국가 간 출입국 통제, 온라인 교육, 다문화 사회에서의 인종 차별, 의료자원의 부족과 불균형에 따른 불안은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전 세계 사람이 새롭게 경험하는 일들이다. 우리는 과거에 생각하지도 못했던 인지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인지적 혼란은 위기 극복을 위한 세 가지 과제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

첫째, 사회 전반의 신뢰, 즉 믿음의 강도는 위기 극복 속도이다. 국가 위기 대응 정책, 의료자원의 불균형을 해소를 위한 국가 간 협력, 의학과 의료진에 대한 신뢰는 이 상황을 건설적으로 종결하기 위해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다. 과거와 달리 전 세계가 네트워크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사회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상호 신뢰를 전제로 한다. 신뢰는 우리를 위기로부터 지켜준다. 

둘째, 정확한 자료의 투명한 공개는 집단지성 발현을 가능하게 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숙주, 유전자 구조, 감염경로에 대한 역학 조사, 질병의 진행 양상, 치료제와 백신의 개발 등 전 세계적으로 지혜를 모아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 관련 질병 정보를 공개하고 국제적인 연구자를 모집하고 있는 일은 집단지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좋은 사례이다. 

셋째, 감시와 통제가 아니라 국민의 자발적 참여와 행동이 위기를 극복한다. 핸드폰 위치 추적, 신용카드 사용, 핸드폰 자가격리 애플리케이션, 전자팔찌 착용에 이르기까지 정보통신 기술은 역학 조사와 예방관리에 이바지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감시와 통제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19 상황을 이해하고 무엇이 개인의 건강과 위기 극복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이해할 때 우리는 인내하면서 의미 있는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수많은 감염병으로부터 살아남았고, 머지않아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은 우리의 승리로 종결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의 경험이 주는 의미를 성찰하고, 코로나19 이후 시대가 요구할 새로운 가치체제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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