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여야의 거대 정당들은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논란으로 여전히 홍역을 치르고 있지만, 지역구 공천의 경우 후보자 대부분을 확정했다. 4월 15일, 최종 승리자가 입성할 새 국회는 절대다수가 중장년 남성이었던, 이른바 ‘아재 국회’라는 과거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아니다.         

선거를 한 달 앞둔 지난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공천 확정자 전수를 분석한 한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평균 55세이고 남성이 87%를 차지한다. 이는 20대 국회 출범 당시, 지역구와 비례대표 모두를 합산한 국회의원의 평균 연령이 55.5세, 남성이 83%를 차지하였던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물론 예비후보자와 실제 당선자는 다르고, 여전히 비례대표 후보자가 확정되지 않아 21대 국회의 원 구성을 속단할 수 없다. 그러나 여성·청년 후보는 당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선거자금 동원력이 떨어지고, 유권자들의 성차별의식이 이번 선거에도 남아있는 한, 당선자들의 평균 연령이나 성비 불균형은 이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공직선거법 제47조 제3항에서는 지역구 총수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공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각 정당은 여성 공천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고 공약(公約)해 왔으나, 이 역시 공약(空約)이 되었다. 국회는 무엇인가. 대의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장(場)으로 개별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이들의 뜻에 따라 입법 활동을 전개하는 곳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은 여성이고, 또 1/3은 20·30대 청년이지만, 여성의원 비율은 17%, 20·30대 청년의원은 1%에 불과했던 20대 국회의 한계가 또다시 대물림된다면 이들을 위한 대의활동은 충분히 기대할 수 없다. 

이제라도 정치권은 아직 후보자를 확정하지 않은 지역구 공천에서 여성과 청년의 비율을 높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되살려야 한다. 또한 비례대표 후보자의 50%를 여성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선거법의 규정을 넘어 그 이상의 비율을 여성과 청년에게 할당하고, 또 우선순위로 배정해 이들의 당선 가능성을 극대화시켜야 한다. 다만, 여성·청년 후보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양적인 수만큼 중요한 것이 후보자의 질적인 수준과 다양한 경험이다. 소위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혀 남성 의원모임에만 기웃거리는 여성 의원, 소속 정당의 눈치만 보며 ‘거수기’ 역할만을 하는 청년 의원은 아무리 많아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견해와 욕구를 가진 수많은 여성·청년들이 존재한다. 이들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여성·청년 의원 역시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가진 자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여성·청년 관련 입법의 성공을 위해서는 때때로 소속 정당에 소신 있는 ‘반란표’를 던지고 초당적인 협력을 모색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갖춘 자라야 한다. 각 당은 총선 후보를 확정하는 데 있어서 여성·청년 후보자의 양적인 수 증대와 함께 질적 변화를 함께 모색해야 할 것이다. 부디 21대 국회에서는 우리 국민의 다양한 구성과 이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대변하는 대의 민주주의가 구현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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