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입찰비리 의혹까지 제기돼

지난 2016년 5월부터 4년간 신촌세브란스병원(아래 세브란스) 청소용역을 담당한 ‘태가비엠’이 오는 4월 30일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 태가비엠은 용역 계약 초창기부터 4년간 지속적으로 청소노동자들과 갈등을 빚어온 업체다. 5일 세브란스는 용역업체 공개 입찰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세브란스 홍보팀 관계자는 “현재 업체 선정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논란의 업체가 다시 세브란스와 용역 계약을 체결할지 학내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브란스의 청소용역 업체 태가비엠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공대위는 대자보를 통해 태가비엠의 퇴출을 요구했다.

 

태가비엠, 논란의 4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아래 서울지부)가 주장하는 태가비엠의 문제점은 크게 ▲부당노동행위 ▲직장 내 괴롭힘 ▲임금체불이다.

세브란스에서는 소위 ‘민주노총 죽이기’를 위한 태가비엠의 부당노동행위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서울지부에 따르면 태가비엠은 신규노동자에게 민주노총 와해를 위한 복수노조 가입을 종용했다. 또, 중간급 관리자를 통해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에서 탈퇴하도록 협박하거나 수당 인상, 근무지 이동 등을 미끼로 탈퇴를 회유하기도 했다. 세브란스 청소노동자 임미현씨는 “민주노총을 탈퇴하지 않으면 힘든 자리에 가게 될 것이라고 반장이 협박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태가비엠 관계자는 “노조 탈퇴와 가입은 현장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일이며 회사가 개입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11월 서울고용노동청 서부지청은 태가비엠의 노조 탈퇴 종용 등 사건을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해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청소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직장 내 괴롭힘 문제도 제기됐다. 지난 2018년 한국노동연구원이 서울지역 용역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세브란스의 직장 내 괴롭힘 수치는 4.0으로 평균치(2.2)를 크게 웃돌아 조사대상 23개 기관 중 4위를 기록했다. 조사에 따르면 태가비엠은 소리치기, 해고협박은 물론 사소한 일로 노동자들에게 시말서를 쓰게 하거나, 병가 사용자에게 퇴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태가비엠 관계자는 “병가로 자리를 비우면 남은 근로자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난다”며 “정해진 병가 기한을 넘기는 경우 자진 퇴사하도록 노조 측과 협의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괴롭힘은 없었다”고 논란을 부인했다.

특히 태가비엠이 직장 내 괴롭힘을 노조 파괴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지부 세브란스 분회 조종수 분회장은 “분회장이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37개월간 쓰레기 운반 업무에 배치됐다”며 “150kg에 달하는 쓰레기 운반은 육체적으로 힘든 데다 악취로 인한 고충도 크다”고 전했다. 또한 “다른 사람의 시선도 있어 모욕감도 느낀다”고 덧붙였다. 해당 업무는 이전엔 청소노동자들이 돌아가며 하던 업무였다.

서울지부는 임금체불 역시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태가비엠이 지난 2016년 입찰 때부터 4년간 통상임금에 식대와 상여금을 포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통상임금을 줄이며 퇴직금 또한 덜 지급하는 문제도 제기돼 현재 서울고용노동청 서부지청에서 이를 수사 중이다. 서울지부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태가비엠이 병가 중인 노동자에게 정해진 액수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하거나, 공휴일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례도 있었다.

서울지부는 태가비엠이 고압적인 태도를 보여 청소노동자들이 임금누락에 대해 문의하기조차 어렵다고 전했다. 또, 임금체불 액수가 1인당 300~400만 원에 달해 총 체불액이 8억 원을 상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3년의 임금 채권** 소멸시효로 인해 그 금액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에 태가비엠 관계자는 “임금체불은 행정 실수로 발생한 것으로, 고의로 체불한 것이 아니다”라며 “아직 판결이 나지 않은 내용을 사실인 양 이야기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 말했다. 한편 ‘연세대학교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비정규 공대위) 소속 하은성(사회·11)씨는 “태가비엠은 노동청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체불임금 지급을 미루겠다는 입장”이라며 “임금 채권의 소멸시효를 고려하면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고 해석했다.

 

타대학에서도 제기된 태가비엠 논란…
세브란스, “입찰 비리는 없었다”

 

태가비엠이 담당하던 타대학 병원 노동자들도 유사한 문제를 제기해왔다. 서울지부 고려대 안암병원 분회장 안수빈씨는 “노동조합원에 대한 태가비엠의 괴롭힘과 탄압이 심했다”고 전했다. 북부지방검찰청은 태가비엠에게 고려대 안암병원의 퇴직근로자 연차수당체불로 약식명령을 내린 바 있다. 서울대 병원에서 청소노동자로 재직 중인 이연순씨 또한 “태가비엠은 직원 간 차별이 심해 책잡히지 않으려 노력해야 했다”고 증언했다.

태가비엠의 사업장에서 지속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자 지난 2019년 7월 서울지부는 고용노동부에 ‘태가비엠의 전 사업장 특별근로감독’을 청원했다. 서울 고용노동청의 특별근로감독 결과 태가비엠은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기간제법 등 7개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임금체불의 경우 이미 여러 번 범법 행위가 적발돼 고용노동부는 해당 사안들을 형사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세브란스가 태가비엠과 계속 계약을 이어온 것에 대해 서울지부는 입찰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지부는 지난 2016년 태가비엠 업체 낙찰과 2018년 재계약에 브로커 A씨를 통한 비리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세브란스 채용 비리 등으로 2019년 10월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1억 1610만 원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서울지부는 A씨가 채용뿐 아니라 용역업체 선정과도 관련 있다고 주장했다. A씨가 유착관계에 있던 세브란스 전 사무국장 B씨를 통해 태가비엠의 2016년 낙찰과 2018년 재계약에 도움을 줬다는 주장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태가비엠이 용역비 중 상당액을 A씨에게 대가성으로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임씨는 “2016년부터 태가비엠에 의한 문제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세브란스는 마치 정해져 있었던 것 마냥 2018년에 재계약했다”고 밝혔다. 반면 세브란스 관계자는 “해당 브로커는 태가비엠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학생들의 움직임, “세브란스도 응답하라”

 

비정규 공대위를 비롯한 학내 단체들은 세브란스 용역업체 변경을 촉구해왔다. 지난 2월 27일 비정규 공대위는 태가비엠의 퇴출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3월 9일에 열린 10차 중앙운영위원회(아래 중운위)는 비정규 공대위가 요청한 입장문 연서를 의결했다. 현재 57대 중운위를 비롯해 40개 단체와 학생 180여 명이 연서명에 참가했다. 하씨는 “세브란스 용역업체 문제를 알리며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 기회를 만들고자 연서명을 기획했다”며 “청소노동자들을 지지하는 단체와 학생이 많다는 응원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비정규 공대위는 태가비엠뿐만 아니라 원청의 책임성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세브란스 업무일지에서 세브란스가 태가비엠에 노동자 간 갈등 유발과 일부 노동자에 대한 동향 파악을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가 발견됐다. <관련기사 1780호 2면 ‘“노-노대응 유도바랍니다” 세브란스병원, 용역업체에 노조 대응 개입 의혹’> 하씨는 “다른 용역업체로 교체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라며 “근본적 문제는 간접고용 구조에서 원청이 하청에게 책임을 미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간접고용 구조 자체가 원청의 책임성을 가리고 용역업체와 노동자들의 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1842호 3면 ‘청소·경비노동자의 외침 뒤에 가려진 것들’> 하씨는 “세브란스병원이 직접고용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문제는 반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서울대 병원과 같이 직접고용으로 전환해 문제를 해결한 사례도 있다. 이씨는 “서울대 병원은 직접고용 전환 이후 태가비엠 때와 같은 문제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의료기관이다. 세브란스 윤리강령 2호는 “우리는 구성원 개개인의 인격을 존중하고, 건전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노력한다”고 선언한다. 세브란스에 건전한 노동환경이 갖춰지고 윤리강령이 진정성을 가질 수 있도록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해당 조사는 청소·경비·시설관리 노동자의 응답을 포함하며, 그중 청소노동자의 응답이 72.9%를 차지했다.

**임금 채권: 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임금을 지급받을 권리가 근로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채권으로 전환된 것. 임금 채권은 3년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면 소멸된다.

 

 

글 박진성 기자
bodo_yojeong@yonsei.ac.kr
김수영 기자
bodo_inssa@yonsei.ac.kr

사진 홍예진 기자
yeppeuji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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