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을 만나다

다섯 번이나 대변인 임무를 수행한 사람이 있다.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의 별명 중 하나는 ‘대변인이 천직인 사람’이다. ‘서민의 대변인’을 꿈꾸는 정치인 박수현은 하루 약 40명에 달하는 민원인을 빠짐없이 만나고 있다.

 

 

차마 돌아서지 못하는 마음으로

 

박 실장은 본격적으로 정치를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한 시기를 그가 어린 아들을 잃은 이후라고 밝혔다. 그의 아들은 태생 직후 뇌성마비 판정을 받았다. 당시 그는 아들을 떠나보내며, ‘너 같은 아이들도 가족들과 당당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후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된 박 실장은 그가 지닌 마음을 ‘차마 돌아서지 못하는 마음’이라고 표현했다. 사자성어로 ‘측은지심’이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 사회를 볼 때마다 아들이 생각나서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한다”며 “이것이 정치인이 가져야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현재 박 실장은 국회 운영 업무를 보조하고 민원을 처리한다. 그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업무는 민원 청취다. 그는 측은지심이라는 정치적 신념 아래 어떤 민원도 거르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제아무리 비서실장이라도 국민이 느끼는 어려움을 모두 헤아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박 실장은 하루 약 40명 이상의 민원인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는 “사람들은 내가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시절이 훨씬 더 바빴을 거라 생각하는데, 사실 지금이 훨씬 바쁘다”며 “내가 세운 원칙이니 내가 자초한 거다”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청년을 정의(定義)하는 시대의 정의(正義)

 

박 실장은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언제나 정의(正義)라고 말한다. 청년들은 언제나 정의를 외치며 살아가지만, 정의는 시대별로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시대가 강조하는 정의에 따라 청년들의 가치관이 구성된다. 기성세대와 청년들의 가치관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는 “나와 같은 시절을 보낸 청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정의는 ‘정치적’ 정의였다”며, “우리는 민주화를 이뤄내기 위해 청춘을 바쳤다”고 전했다.

반면 박 실장은 지금의 청년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건 ‘경제적 정의’라고 말했다. 지금의 청년들에게 현실은 각박하다. 그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바쁜 현실을 살아간다. 청년들은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며,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정의로운 경제구조를 바라는 셈이다. 그는 기성세대와 청년들이 정의한 ‘정의’가 다르다는 점이 정치권에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실장은 “기성세대가 정치적 정의를 청년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그런 이유로 기성세대가 ‘꼰대’로 불리는 것”이라 말했다.

 

청년의 힘, 뜨거운 가슴

 

그럼에도 박 실장은 플라톤의 말을 인용하며 청년들의 정치적 무관심에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플라톤은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자가 받는 가장 큰 벌은 저열한 인간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 실장 역시 청년들이 바라는 경제적 정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결국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를 포함해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근본적인 문제는 정치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며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치의 주권은 참여하는 사람에게 있다. 이런 정치의 본질은 현대에도 여전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박 실장은 “정치적 정의에 관심이 없으면 경제적 정의를 이루는 일은 요원하다는 걸 청년들이 꼭 기억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뜨거운 청년의 가슴은 한 나라의 역사를 바꿀 수 있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일제강점기에 투쟁을 통해 독립을 이끌었다. 감시와 검열이 팽배하던 시절에는 민주화운동으로 독재정권을 물리쳤다. 그는 청년들에게 이런 엄청난 힘을 가진 ‘뜨거운 가슴’을 가져 달라고 부탁했다. 박 실장은 “우리 청년들은 지혜롭다”며, “그들은 분명 정의의 본질을 잃지 않고 사회를 잘 이끌어 갈 것”이라며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그의 정치인 경력은 어언 20년이 다 돼간다. ‘세상을 바꾸자’는 결심 하나로 정치판에 뛰어든 청년 박수현은 이제 노련한 중년의 정치인이 됐다. 박 실장은 “언론이 한때 내게 붙여준 ‘서민의 대변인’이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도록 끝까지 초심을 잃지 않겠다”며 “서민들에게 ‘착한 정치인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마지막 꿈”이라고 전했다. 지금 이 시각에도, 국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의 사무실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글 박준영 수습기자
변지현 수습기자
이희연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사진 이희연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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