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를 위해 소송하는 임성택 변호사를 만나다

“베푸는 것이 아니라 베풂을 받습니다”

 

공익을 위해 일하는 임성택 변호사가 말을 건넸다. 임 변호사는 세상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공익소송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소수자인 장애인들로부터 배움을 얻고 법과 사회를 보는 관점이 넓어졌다”며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축복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법을 통한 세상의 변화, 법을 통한 진보’

 

임 변호사가 본인이 참여한 ‘시외이동권 소송’에 붙인 이름이다. 임 변호사는 “비장애인과 달리 장애인은 가고 싶은 곳을 자유롭게 가지 못한다”며 이동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광역버스와 시외버스를 지적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라 시내버스에는 저상버스가 도입됐다. 그러나 광역버스와 시외버스에는 저상버스가 없다. 제도를 도입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느낀 그는 소송을 진행했다. 그러나 임 변호사는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그는 “소송에 붙인 이름과 달리 법은 진보적이지 않다”며 “법은 질서 유지 수단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법뿐만 아니라 사회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설·추석과 같은 명절이면 임 변호사는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시위했다. 이를 계기로 교통약자들의 이동 문제를 사회적 관심으로 끌어내기도 했다. 임 변호사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 우리나라 버스에 이동편의시설이 없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 결과 우리정부는 시정 권고를 받았다. 임 변호사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노력에도 아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대법원으로 간 소송은 진행 중이며,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우리도 천만관객이 되고 싶다”

 

영화를 즐기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의 외침이다. 임 변호사는 ‘모두의 영화관’을 위해 영화관 업체들과 싸운다. ‘모두의 영화관’은 장애인을 위한 영화관을 만들려는 소송에 임 변호사가 붙인 이름이다.

영화 속 인물이 수화하는 장면이 나오면 청인(聽人)*은 자막을 통해 내용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구화(口話)에 대한 자막은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농인들은 영화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다. 대다수 외국 극장의 경우 시청각 장애인을 위해 ‘캡셔닝(captioning)’**이라는 자막을 부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비장애인의 시청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사용하기를 꺼린다.

캡셔닝의 종류로는 모든 관객이 볼 수 있게 화면에 자막을 송출하는 ‘오픈 캡션(open caption)’과 장애인이 특수 어댑터를 갖춰야만 볼 수 있는 ‘클로즈드 캡션(closed caption)’이 있다. 임 변호사는 장애인이 별도의 장치 없이 비장애인과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픈 캡션에 주목했다. 임 변호사는 장애인이 장애를 드러내기 꺼리는 점을 고려해 “오픈 캡션이 훨씬 진보적인 방식”이라고 전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막을 송출하는 스마트 안경 또한 비용 부담으로 인해 도입하지 않고 있다. 임 변호사는 이에 ‘시각 장애인도 우리 관객이다’라고 표명한 미국 영화관 ‘리갈 시네마(Regal Cinemas)’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하루에 2명 이상의 관객만 확보해도 스마트 안경 비용을 거두기에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모두의 영화관 소송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제야 누리는 자유, 되찾은 꿈

 

“불쌍한 장애인이 아니라 시민이 되고 싶다” 임 변호사가 참여한 ‘탈(脫)시설 소송’에서 한 장애인이 했던 말이다. 탈시설 소송은 장애인이 보호 시설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게 하는 소송을 말한다. 다수의 사람을 한 곳에 수용하게 되면 사생활 보장의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단체 생활을 하는 시설 거주민들은 공동생활을 강요받는다. 이 때문에 원하는 시간에 씻거나 늦잠을 자는 등 자유를 누릴 수 없다. 임 변호사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장애인 비율은 비슷한데, 보호와 격리 수준에 차이가 있다”며 “장애인에게 자유를 주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시설 내 보호에만 의존한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장애인의 자립에 필요한 제도를 마련하고자 했다. 시설에서 복지 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은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서비스로 변경할 수 있는 법적 권리가 보장된다. 임 변호사는 현행법에 따라 장애인의 선택권 확대를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서울행정법원에서 승소했다. 다만 시설을 벗어난 장애인들을 만난 임 변호사는 “그들이 자립한 뒤 집들이에 초대됐는데 보잘것없는 살림에 걱정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전에는 하지 못했던 다양한 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고, 야학에 다니며 꿈을 갖는 모습을 봤다”며 그들의 변화에 느끼는 보람을 내비쳤다.

그러던 어느 날, 임 변호사에게 어떤 사람의 부고가 전해졌다. 그는 꽃동네에서 임 변호사의 도움으로 시설을 벗어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이 소식은 임 변호사를 죄책감에 빠뜨렸다.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사회에서 약자에게 자립을 강요한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임 변호사는 우연히 광화문에서 한 장애인이 하는 연설을 듣고 용기를 얻었다. ‘장애인도 위험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의 연설이었다. 우리사회는 보호를 명목으로 장애인이 주체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리를 억압해왔다. 임 변호사는 “이제라도 그들이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결정권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소수를 위한 법은 모두의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임 변호사는 오늘도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보장을 위해 힘쓰고 있다. 법을 통해 사회의 진보를 이루기 위해서다.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자막이 필요 없는 비장애인을 뜻한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화면 아래쪽에 부가되는 자막을 지칭하며 시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서비스다.

***가정에서 기거하며 혼자서 자신의 일상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약자를 돕는 서비스다.

 

글 김소현 수습기자
김재현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사진제공 임성택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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